[후기] 2026년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을 마치며 by 초록산책 님

지난 4월 피스모모와의 찐한 첫 만남의 여운이 오래 남아서, 이번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 은 모집 글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바로 신청했다. 

평소 참여형 교육을 지향해 왔기에  ‘퍼실리테이터’라는 역할이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아동·청소년 교육을 하면서 나는 늘  ‘가르치는  수업’ 보다  아동·청소년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서로의 경험을 통해 함께 배우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 교육은 내가 오래 고민해 온 ‘참여’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얼마 전 한 청년활동가가 “청소년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미래세대'”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멈춰 섰다. 우리는 그들에게 “너희가 미래다.”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지금 그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진심으로 듣고 있을까.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말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답을 만들어 갈 기회를 얼마나 만들어 주고 있었을까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이번 교육은 그 질문과 맞닿아 있었다.

이번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 교육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처럼 다가왔다. 참여는 단순히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안전하게 말하고, 경청받고, 서로의 경험을 연결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와 과정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배우게 되었다.

임파워링을 촉진하는 질문법과 토론법, 요약하기와 바꿔 말하기를 반복해서 연습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잘 말하는 것보다 잘 듣고 잘 연결하는 일이 더 어렵고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질문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생각의 깊이가 달라졌고, 짧은 요약 하나가 흩어진 이야기를 다시 이어주었다. 바꿔 말하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었습니다.”라는 존중의 표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새롭게 다가왔다. 열정적인 대훈님의 빠른 호흡의 진행 속에서 같은 연습을 거듭했던 이유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기술은 설명으로 익혀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 속에서 몸에 스며든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오래 남은 것은 환대는 대화공동체의 시작이라는 말이었다. 환대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관계를 여는 과정이었다. 몸을 움직이며 긴장을 풀고, 다양한 존재를 자연스럽게 환영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반응하는 작은 실천들이 쌓일 때 비로소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좋은 토론은 좋은 질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했다.

또한, 그동안 나는 ‘어떻게 하면 참여를 더 이끌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참여자들이 서로를 임파워링하는, 서로에게 힘을 주는 장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자유롭게 의견을 펼치고, 함께 확산하고 수렴하며, 서로의 경험을 연결하고, 함께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 퍼실리테이터는 그 과정을  곁에서 촉진하고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아마 앞으로 내 수업은 번개토론을 비롯해 이번에 배운 다양한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 기법들 덕분에 지금보다 조금 더 시끄러워질 것 같다. 하지만 그 시끄러움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시간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살아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설명하기 보다는 참여자들이 조금 더 질문하고, 조금 더 듣고, 조금 더 서로의 경험으로 배우며 서로를 임파워링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한다.

아직도 퍼실리테이터로서 연습하고 배울 것이 많다. 그래도 이번 교육 덕분에 어떤 퍼실리테이터가 되고 싶은지는 조금 더 선명해진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다행히 그 길을 함께 고민하고, 연습하고, 웃으며 동행할 피스모모가 있기에 벌써 다음 여정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