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자율살상무기체계(LAWS) 관련 한국정부의 입장에 대한 피스모모 의견서

자율살상무기체계(LAWS) 관련 한국정부의 입장에 대한 피스모모 의견서

자율살상무기체계(LAWS)와 관련한 한국정부의 입장에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CCW GGE LAWS 회의에서 “치명적”이라는 용어를 고집하여 규제 범위를 좁히고, 일본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국제인도법을 준수할 수 없는 시스템만 규제하자는 제한적 접근을 지지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연구·개발을 위한 소규모 생산은 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평화적 목적의 기술 발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부분의 자율무기체계를 규제 밖에 두려는 시도입니다. 피스모모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1. 규제 범위 축소: 민간인 보호의 후퇴

한국은 치명적 또는 살상으로 번역되는 용어, “lethal” 유지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Stop Killer Robots와 노팅엄 대학이 지적했듯이, 치명성은 무기의 특성이 아니라 효과이며, 국제인도법은 무기를 치명성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율무기가 야기할 수 있는 상해, 불구, 물체 파괴 등 비치명적 피해를 규제 범위에서 제외하려는 시도라는 점입니다. 이는 전쟁의 고통을 겪는 민간인들, 특히 신체적·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생존자들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2. “식별” 포함과 규제 공백 창출

한국은 중국, 이스라엘 등과 함께 “식별” 기능을 특성화에 포함할 것을 주장했고, 일본이 제안한 “어떤 상황에서도 IHL을 준수할 수 없는” 시스템만 규제하자는 제한적 접근을 지지했습니다. ICRC와 APILS가 경고했듯이, 이는 사전에 표적 프로필만 입력받는 수많은 자율무기체계를 규제 범위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오스트리아가 예시한 레이더 신호만으로 작동하는 배회형 무기, 사전 지정된 표적을 향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무기 등이 모두 빠져나갈 구멍이 생기는 것입니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라는 표현입니다. 노르웨이가 지적했듯이, “특정 개인을 표적으로 설정하고 매우 넓은 지역에서 매우 오랜 시간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발사 후 망각(fire and forget)’ 시스템”도 이 정의에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장 위험한 유형의 자율무기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3. 연구·개발 면제: 책임 없는 실험의 허용

한국이 “대량생산이 아닌 테스트와 연구를 위한 소규모 생산은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특히 우려스럽습니다. 이는 개발 단계에서는 어떤 무기든 만들어도 된다는 위험한 선례를 만듭니다. 역사가 보여주듯,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가장 파괴적인 무기들도 모두 “연구”로 시작되었습니다. 실험 단계의 자율무기가 실제 시험 과정에서 오작동하거나 예상치 못한 피해를 야기할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집니까? 더욱이 Stop Killer Robots가 강조했듯이, 가자지구에서 이미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이 민간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미래 기술”을 운운하며 현재의 규제를 미루는 동안, 실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4. “평화적 목적”이라는 수사의 위험성

한국이 제안한 “평화적 목적의 지능형 자율기술 진보를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표현은 얼핏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그러나 이는 이중용도(dual-use) 기술의 군사화를 정당화하는 고전적 논리입니다. 드론, 안면인식, AI 알고리즘 등 “평화적 목적”으로 개발된 수많은 기술이 무기화되었습니다. 더욱이 자율무기 개발이 실제로 “평화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어떻게 평화에 기여합니까?

5. 누구의 이익인가?: 군산복합체 대 인간 존엄성

한국을 포함한 군사 강국들의 입장을 관통하는 논리는 명백합니다: 기술 발전과 전략적 우위가 인간 생명과 존엄성보다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자율무기 투자와 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국제규범에 대한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틈에 개발된 무기들이 전장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이미 새로운 군비경쟁이 시작되었고, 그 비용은 결국 시민들이, 특히 전쟁 지역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치르게 됩니다.

한국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자율무기 개발에 전략적 이해관계를 가진 군사 강국으로서 강력한 금지 조항을 회피하려는 의도를 드러냅니다. 과거 대인지뢰, 집속탄, 핵무기를 규제할 때 국가들은 일부만 규제하고 나머지를 방치한다는 것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을 포함한 중무장 국가들은 인공지능 군비경쟁에 깊이 빠져들어, 이미 가자지구에서 자율 시스템이 민간인에게 참혹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데도 기술 발전과 군사적 우위를 인간 생명보다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효과적인 규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이러한 무기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고, 많은 국가와 비국가 행위자가 이를 사용하게 될 것이며, 다른 수많은 무기들이 그랬듯 전 세계 민간인과 공동체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자율무기 규제를 약화시키려는 입장은, 가자지구에서 자율 시스템에 의해 목숨을 잃어가는 민간인들의 비극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효과적인 국제 규범이 없다면, 이러한 기술은 더 많은 분쟁 지역으로, 더 많은 민간인을 향해 퍼져나갈 것입니다. 핵무기의 선례가 보여주었듯, 무기를 금지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그것은 군사 독트린과 정치경제 구조에 더욱 깊이 박혀들어갑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자율무기 규제관련 논의가 시작되었던 2013년 즈음, 국제사회가 합의를 도출해냈더라면 지금 이 세계가 아주 조금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겁니다. 과연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기회가 있을까요?

한국은 전쟁의 참혹함을 온몸으로 겪은 나라입니다. 1950년 한반도를 휩쓸고 간 전쟁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 상처는 70년이 넘도록 분단된 땅과 이산가족의 눈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보여주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 분단 상황을 자율무기 개발의 정당화 근거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남북 간 군비경쟁은 이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으며, 여기에 자율무기까지 더해진다면 그것은 통제 불가능한 위험의 확대입니다. 더욱이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여 그곳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경제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고, 이제는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전쟁의 고통을 아는 나라가 다른 전쟁에서 이익을 얻고, 더 효율적인 살상 무기를 개발·수출하는 데 앞장서는 이 모순은 깊은 윤리적 성찰을 요구합니다.

그뿐일까요? 기후위기 시대에 무기산업은 이중의 폭력입니다. 무기 생산과 전쟁은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며, 그 피해는 다시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돌아갑니다. 자율무기 개발 경쟁에 뛰어드는 것은 단지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생태적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는 전쟁이 남긴 상처를 기억하는 나라로서, 분단의 비극을 끝내야 할 책임이 있는 나라로서, 베트남에서의 역사적 책임을 돌아보는 나라로서,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더 많은 무기가 아니라 더 확고한 평화 규범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야 합니다.

안보는 더 강력한 무기가 아니라 더 견고한 평화 체제에서 옵니다.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군비경쟁이 아니라 군축과 신뢰 구축을, 군사적 이익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전쟁을 겪고 분단을 지속하고 있는 나라가 보여야 할 진정한 책임입니다. 한국정부는 기술적 우위보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우선하는 선택에 힘을 싣기를 바랍니다.

2025년 11월 12일
피스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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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서는 외교부 군축비확산과와 국방부에 전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