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모모가 꿈꾸는 "평화커먼즈를 실현하는 시민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과정을 통해 평화커먼즈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질문에 답하기 위한 한 가지 시도로서, 피스모모는 평화교육진행자 그룹과 역량강화 공부모임을 운영합니다.커머닝(commoning, 커먼즈를 가꾸는 구성원의 기여와 그 일련의 과정들)으로서 공부하고 사유하는, '존재하기 위해 변화'하는 서로배움 공동체의 소식을 나누어요😊 지난 모임(3월 2주)에서는 평화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가기 위해권력관계의 변화를 염두에 두며, 페다고지의 복합적인 적용을 고민하는 교육진행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야심찬 목표와는 다르게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는 내용적, 방법적으로 소극적 평화 층위를 넘어서기 어려운 순간을 만나곤 해요.통합적인 시민성을 다루는 대다수의 교육에서는 군사주의와 전쟁, 군비경쟁을 생략하기도 하고요. 왜 그런 걸까요?경제, 정치, 문화와 긴밀히 연결되며 사회변혁의 힘을 가지는 교육을 위해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이번 모임에서는 다양한 경로 중 하나로서 분단, 분단폭력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어요. 언제: 2023년 3월 28일(화) 7시-9시 30분 어디에서: 피스모모 사무실 누가: 온, 비밥, 영철, 가지, 그린하, 사다리 배움자료 ① 문아영(2018). "군사적 대립을 넘어서는 평화구축의 시대, 교육의 준비와 역할". 『2018 아시아평화교육워크숍 자료집』 (발제: 가지) ② 문아영,이대훈(2019). 『분단체제를 살아내며 넘나드는 탈분단 평화교육』 (발제: 영철) ③ 모임 참여 전 공유한 모두의 글쓰기 분단폭력은 '분단이 만들어내는 폭력적 활동과 구조와 담론','분단을 명분으로 가해하는 행위','분단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인권 유린과 억압의 행동' 등으로 정의되곤 하지요. 과거의 사건으로서 발생한 분단이 아니라구성원에게 영향을 주고, 구성원에 의해 영향을 받아오며 변화해 온, 현재진행형의 분단의 폭력성에 주목하는 개념이에요.연구자들은 요한 갈퉁의 폭력에 대한 분석에 근거해 분단폭력을 물리적, 구조적, 문화적 폭력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여기까지는 읽고, 쓰고, 토론하면 알게 되는 내용이지요.그렇다면 평화교육진행자로서 이 내용을 배우는 것은 어떤 의미여야 할까요?일상화된 분단을 드러내고, 그 폭력성으로부터의 자유를 모색하는 배움 과정을 설계하고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책무는교육현장과 일상을 넘나들며, 주어진 정의에 더해 분단폭력을 드러내는 언어와 사례를 찾아내고참여자-학습자의 경험, 삶과 연계되는 서사는 무엇일지를 채워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으로, 진행자마다 자신의 경험을 회고하며분단폭력의 복합성과 총체성을 드러내는 논의를 이어갔어요. "평화교육에 관심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분단이나 군사주의, 전쟁과는 거리를 두고 싶었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경계했던 경험도 분단 사회에서 교육받은 사람으로서 가지게 된 생각은 아닐까 싶어요." "남북 할 것 없이 군사력 중심의 안보를 바꿔가야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제 스스로도 '어차피 북한은 안 변한다'고 결론 내리는 순간도 있었어요." "안보에 대해 조금이라도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 '그러면 안보가 중요하지 않는 말이야?'라는 반응을 접하거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빨갱이로 매도되었던 경험도 있어요." "안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군인, 군부대, 관련 조직에 의해서 교육을 받는 것이 가능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도 군사화된 사회여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요." "2022년 말 우리 정부에서 ‘로켓 발사체 실험’을 했을 때,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그 빛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서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제 안전, 일상과 직결되어 있음에도 안보를 위해 기밀에 부쳐지고, 의사 표현도 할 수 없는 것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당장 올해, 한 고등학교 교장이 '빨갱이'는 일상적 언어이고,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폭력이 아니라고 발언할 수 있는 것도 분단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빨갱이, 종북세력 몰이는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세월호 유가족도 그렇고, 노동조합을 비롯해 정부 의견과 조금 다르면 북한과 연결지어 매도하려고 하는데, 문제는 그게 먹힌다는 거예요." "제도권 정치에서 진보든 보수든, 어떤 당이든, 같은 당의 주류 의견과 다른 경우 상대 당과 한패라고 결론 짓는 것도 '우리와 그들'을 일상적으로 나누게 되는 상황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요." "꼭 제도권 정치가 아니라 수많은 일상 속 정치에서도, '우리' 내부의 결속을 위해 계속해서 타겟을 정하려는 경향성도 생각나요." "지인이 자기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만 할 때의 상실감, 그리고 2년 동안 군사문화를 학습하게 되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나눠준 장면도 생각나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선택지를 상상하기도 어렵고,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었어도 여전히 징벌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도 연결되겠어요." "세대 별로 전쟁과 북한에 대한 경험이 다르고, 분단체제를 매개로 권력을 취득한 권위주의 정권을 경험했는지 여부도 다른 것 등을 생각하면, 세대 간의 갈등도 분단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미디어에서 동일한 군사훈련이라도 어떤 국가가 주체인가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언어화되고 의미부여되는 경향성을 볼 때도 연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밖에도, 분단폭력을 수행하는 기제로서의 안보교육에 대해 성찰하고분단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로서 그동안의 통일교육을 평가하며 평화교육, 탈분단평화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어요.탈분단평화교육 역시 인지적, 사회정서적, 행동적 영역에서 교육학적 기반을 알리는 연구자료가 있지만,각 내용을 소화하고 실행하기 위한 우리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논의가 수렴되었어요. 요약하자면 공부하러 와서, 공부해야겠다는 즐거운 부담감을 가지고 가는 자리였답니다.다행이랄까요? 공부할 자료는 많아요🤣 P.S. 참여자든, 교사/진행자든, 누구든, 군사주의, 안보,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경향성이 있어요. 바로 말을 하기 전에 "저는 잘 모르지만",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등과 같은 사족을 붙이는 사람이 많다는 건데요. 개인적인 겸손함에서 나오는 말과는 빈도가 달라요. '예외상태'를 근거로 위협/안보의 해석과 권한이 국가/남성에 의해 독점되어왔던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 모임에서는요. 모두가 자기 경험과 해석을 근거로 사족없이 말하는 신비한 경험을 했답니다. 이 자체로 안전 보장의 해석을 넓히고, 주체를 다변화하고, 상상력을 더하는 배움의 장이 아니었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