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모모가 꿈꾸는 "평화커먼즈를 실현하는 시민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요?어떤 과정을 통해 평화커먼즈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질문에 답하기 위한 한 가지 시도로서, 피스모모는 평화교육진행자 그룹과 역량강화 공부모임을 운영합니다.커머닝(commoning, 커먼즈를 가꾸는 구성원의 기여와 그 일련의 과정들)으로서 공부하고 사유하는, '존재하기 위해 변화'하는 서로배움 공동체의 소식을 나누어요😊 언제: 2023년 6월 15일(목) 7시-9시 30분 어디에서: 피스모모 사무실 누가: 온, 그린하, 비밥, 사다리, 가지, 영철 배움자료 ① 벨 훅스 저, 윤은진 역(2008).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발제: 가지) ② 나임윤경(2022). "반페미니즘 안정화 시대의 페미니스트 페다고지" (발제: 사다리) ③ 모임 참여 전 공유한 모두의 글쓰기 이번 모임의 주제는 페미니스트 페다고지였어요. 먼저 벨 훅스를 통해 젠더, 인종, 계급, 장애 등의 교차성을 고려하며 배움을 구성하고,학습자의 현재 인식에 대해 구조적, 맥락적으로 이해할 책임을 짚어보았지요.파울로 프레이리의 프락시스를 인용, 강조하며 구체적 상황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글은 정말 힘이 강한 것 같아요.비교적 쉽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아 토론이 끊이지 않았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시에 매순간 변혁적으로 이론과 실천을 결합해야 한다는 말은페미니스트 페다고지를 기반으로 수업을 구성하고 진행했던 나임윤경의 연구를 만나 더 힘을 얻었어요. 공허한 기표에 열광하나, 실천적으로 기의를 구성할 책임이 부재한 반지성주의로서'586세대'와 '이대남'의 공통점을 분석한 관점이 탁월했고요.참여자의 언어와 생각에 기반해, '페미니즘'이라는 기표에 대한 반감을 걷어내고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수업 기록은,평화교육진행자로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 고민을 더해주었답니다. '나쁜 여자'-되기와 '선함'의 윤리를 함께 다루는 페미니즘 교육의 난감함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막막할 때 즈음,자신의 경험, 미디어 콘텐츠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시도해볼 수 있을 교육에 대해 아이디어를 모아보았어요.일부 기록을 나누어요. 이를 기반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평가하며 보완하는 과정을 또 공유할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 A: 저희 고모부를 명절 때마다 만나는데, 진짜 꼰대거든요. 가만히 앉아있고, 누가 안 해주면 혼자 밥도 못 차려 먹고 술도 못 마셔요. 다른 남자들도 정도만 다르고 부엌에는 아무도 안 가는 분위기거든요. (중략) 저는 고모랑 같이 설거지하면서 수다도 떨고, 고모부 뒷이야기도 하거든요. 가사노동 거의 안 하고, 돌봄 받기만 하는 이기적인 면에 대해서요. 고모는 적극적으로 자기 남편 욕하지는 못하더라도, 부당한 감정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밖에도 개별적으로 다른 친척들이랑 만나서, 그 사람이 고모부의 가부장적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건 좀 아니지 않은지 등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말하자면 개별적인 사람들과 고모부를 비판하면서, 그 비판이 남성중심성을 향하도록요. 물론 절대악을 상정하는 것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요.. 여튼, 참여자분들에게 저의 의도와 행동을 나누며 평가해달라고 요청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00점 만점에 몇 점 줄 것인지, 이유는 뭔지, 나라면 어떻게 할지, 연결해서 나눌 나의 이야기가 있는지 등이요. B: 저는 남성 청년들이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지게 되는 맥락이 이해가 되면서도, 왜 이렇게까지 그 사람들을 고려하며 잘 위장하면서 교육해야 하는지, 길게 단계적으로 해야 하는지, 그 책임이 왜 우리에게 와야 하는지 억울함도 있어요.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울 때, 첫 걸음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한 명 한 명이 겪게 되는 자기 불편함, 억압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거라는 생각에 너무 동의해요. 남성 참여자들과 함께,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해 경험한 아팠던 이야기를 공유한 경험이 떠올라요.(+) 그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전제된 것이 있는 것 같아요. 남성성에 위배되었던 또는 남성성에 미치지 못했던 경험을 나누는 것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 활동을 하시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빌드업 과정이 있었을지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C: 저희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알게된 것이, 제 남동생이 기억하는 깻잎 조림의 맛과 저희 자매가 기억하는 깻잎 조림의 맛이 다른 거예요.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요. 알고보니 처음 쪄서 만든 음식은 남동생한테 주시고, 먹다 남은 음식을 또 졸여서 저희한테 주신 거예요. 저희 모두 이런 사실을 몰랐어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어머니가 성차별주의자라고 비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하셨을지, 어떻게 그 생각이 형성되어 왔을지 참여자분들과 가늠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그랬어요. 초등학교 때 분유가 귀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저희 어머니는 아들인 저한테만 주셨어요. 마음이 불편했지만, 바꾸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D: 우리가 들었던 말이나 사회에서 통용되는 말 중에, 남성다움 / 여성다움 / 인간다움과 연결되는 표현을 시각화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연결되거나 연결되지 않는 단어들이 있을지, 모두가 알지만 제대로 들여다보기는 어려웠던 단어들을 낯설게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나아가 어떻게 인간다움으로 통합될 수 있을지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진행자가 가르치지 않고,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통합적인 인간다움, 시민성을 추구하는 것도 너무 좋은데, 어쨌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여성/성으로 여겨지는 것에 부정적인 가치가 부여되고,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의 위계가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나열된 어휘의 가치 판단 등 경향성에 대해서 들여다보는 작업이 선행되면 좋을 것 같아요. E: 공부모임 참여하면서, "어, 페미니즘이 이런 거였어? 이러면 나도 페미니스트인데."라고 말하셨었잖아요. 페미니즘이라는 이름만 보고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페미니즘이 추구하는 문구나 글, 장면을 모아놓고, 관찰하고, 어떤 장면이 와닿는지, 어떤 장면은 생각이 좀 다른지 등 선판단/선입견 없이 페미니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F: 저는 아까 한 선생님의 아들이 말하신 억울함의 감정에 대해서 좀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일상적으로, "야, 남자애들 이거 책상 좀 같이 옮겨라." 이렇게 남자애들한테만 시키잖아요. 선생님은 고된 일을 해야 하는 보호자 남성 - 그로부터 자유롭고 지켜줘야 하는 힘 없는 여성이라는 관념에 근거해서 말하신 거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짚어내지 않으면, 당장 옆에 있는 사람한테 화살을 돌리는 것은 되게 자연스러운 것 같거든요. 그래서 그 억울한 감정을 여자 애들에게 돌리지 말고, 근원을 좀 찾아가는 과정을 같이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억울한 거에 대해 누군가 얘기 들어주면 그래도 약간 마음이 가잖아요.(+) 군대 얘기할 때도 비슷해요. 남자만 군대를 가야 되는 게 너무 불쌍하다고, 여자도 가야 한다고 말하곤 하잖아요. 그럼 여성이 군대에 가면 우리가 평화로워지냐고 물어보면, 또 몇몇 분들은 아니라도 이야기해주셔요. 군대가 근원적인 폭력이고, 누군가의 시간을 군복무에 강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