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모모가 꿈꾸는 "평화커먼즈를 실현하는 시민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요?어떤 과정을 통해 평화커먼즈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질문에 답하기 위한 한 가지 시도로서, 피스모모의 평화교육진행자 그룹의 공부모임이 운영되고 있습니다.커머닝(commoning, 커먼즈를 가꾸는 구성원의 기여와 그 일련의 과정들)으로서 공부하고 사유하는, '존재하기 위해 변화'하는 서로배움 공동체의 소식을 나누어요😊 언제: 2023년 9월 22일(금) 저녁 7시-9시 어디에서: 온라인 누가: 가지, 빙봉, 영철, 아싸, 그린하, 사다리 배움자료 ① 앨버트 헨리 할지 저, 강순원 역(2011) 『우리 시대를 위한 교육사회학 다시 읽기』 (발제: 빙봉) ② 모임 참여 전 공유한 모두의 글쓰기 평화교육진행자 공부모임, 짧은 여름방학을 보내고 돌아왔어요. 이례적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첫 모임의 소식을 나눕니다😊 배움자료를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나누며 시작되었는데요. 소중한 이야기가 많아 발언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정리했어요. 하반기 공부모임의 첫 배움자료는 "앨버트 헨리 할지 저, 강순원 역(2011) 『우리 시대를 위한 교육사회학 다시 읽기』"예요.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의 마지막 장만을 다루었습니다. 해당 챕터에서는 '개인화', '글로벌화'로 요약되는 사회변화와 교육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안내하고 있는데요. 2006년에 쓰여진 책이 당시 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었는지 살펴보고, 여전히 유효하거나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며 모임을 시작했어요. "제가 받아왔고, 가르치고 있고, 접했던 교육이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생각해보게 됐어요. 국제학교, 자율형 사립학교에 우리 사회가 열광해온 맥락도 이해해보게 됐고요. 과거의 저는 글로벌을 외치며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사람이거든요. 핵심역량, 미래역량 이러면 되게 있어 보이잖아요. 학술적인 언어들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면도 있지만, 자료를 읽으면서 과거의 저와 사회 흐름을 돌아봤어요." "제가 어제 한 자율형 사립고 고등학교를 가서 교육을 했는데, '우리는 장차 밝은 조국 건설을 위한 각계각층 지도자 되자.'는 문장이 학교의 슬로건이더라구요. 70,80년대에 와있나 잠시 충격을 먹었는데요. '교육부도 경제부서'라는 현 정부의 철학과 일맥상통하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망하는 학교 중 하나에서 지향하는 가치라는 점에서 생각해보니 꽤 자연스럽더라고요. 이런 메시지를 잘 학습하도록 길러내는 것이 과연 교육인가, 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질문을 던지게 됐어요." "'공교육의 정상화'가 최근의 화두잖아요. 왜 공교육 현장에서 공공성을 배우기 어려운지, 공교육이 왜 망가지는지, 구성원의 갈등은 어떤지 등을 사회 구조와 연결해서 해석해보게 됐어요. 다만, '공교육의 정상화'라고 말할 때에도 그 '정상'이 무엇인지 저마다 이해가 다른 것 같아요. 자칫하면 정상화하기 위해 또다른 기준을 만들어낼 수 있을 위험도 가지고 있고요.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또다른 시스템에 사람들을 매몰시키지 않으면서, 다양성을 온전하게 드러내도록 바꿔낼 수 있을지 질문이 생겨났어요." "이익을 소수에게 귀속시키고,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다른 존재들을 착취하는 체제를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문제 제기하기 어렵도록 만드는 배움과정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현재 교육을 통해 '누가 이익을 얻는가'를 같이 나눠보고 싶었어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든 누군가를 착취하게 되는 구조가 있고, 그를 지속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라면 그건 정말 교육이 맞는가 생각도 들었고요." "본문에서는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복무하는 교육이 존재한다고 평가하는데요. 저는 맞는 말이긴 한데, 좀 거대하고 뭉툭하게 느껴졌어요. 그 시스템의 문제를 인식하고 폭력을 줄여가려는 여러 교육적인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 모임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시도들이 어느 정도의 의미와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지, 그 개별적인 시도가 시스템 차원에서 먹혀들지 않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 등의 질문으로세분화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세계시민교육의 경우 유네스코에서는 변혁적인 역량, 비판적인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고 이야기하는데, 한국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시장 논리와 결합하며 확산되었잖아요. 비판할 지점이 굉장히 많지만, 동시에 글로벌-로컬의 연결로서의 세계, 그리고 시민이라는 언어와 화두가 공교육 현장에 도입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한 것 같아요. 더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는 의미에서요." 본문에서는 교육에 대한 이해를 크게 합의론적 관점, 갈등론적 관점, 문화적 전환 이후의 관점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어떻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내면서, 서로 질문하고 배우면서 만나려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논의를 모으기도 했지요. "교육에 대한 이해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어요. 제가 너무 막연하게, 교육이면 다 된다고 생각했던 건가 돌아보게 되기도 했어요. 동시에 근본적으로 교육이 무엇일까, 교육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질문이 계속 생겨나더라구요. 지금 교육은 그냥 잘 먹고 돈 잘 벌고 잘 취업하는 게 목적이 되어가고 있잖아요. 이게 전부는 아닐 거라는 것에서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할이 무엇이고, 그를 위해 교육이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가(합의론적 관점)를 사실 별로 생각하지 않고 지냈던 것 같아요. 그 사실을 낯설게 보게 됐어요. 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담론 차원에서-프로그램 차원에서 제시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교육인 것 같은데요. 사회 전체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려면, '어떠한 체제와 어떠한 인간상이 이 사회에 필요한가'의 관점으로 좀 생각해보는 계기였어요.""우리도 각자 친밀하게 속해 있는 공동체가 있고, 그 공동체가 잘 지탱되거나 공동의 자산을 확장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책무나 역할이 있잖아요. 문자로만 보면 기능론적으로 교육을 이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데에 있어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인가,그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영향이나 결과가 투명하게-동등하게 분배되는가, 책임과 기여를 통해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특정한 커먼즈를 확장해 가는 방향인가 등 세부적인 질문을 더하면 완전 다른 이야기가 되죠. 그래서 일단 저는 기능론적으로 교육을 이해하는 분들이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가요. 그분들이 생각하시는 공동체의 단위가 저와는 좀 다를 수 있고, 더 많은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더 좋은 지위와 부를 얻기 위해서만 교육하는 사람들을 옹호할 수는 없지만, 어떤 조건에서, 왜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가, 욕구가 무엇인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자도생하게 만드는 사회, 안전하지 않은 사회 속에서 양육자가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제한된다면, 자녀에게 그 냉혹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고 촉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같거든요. 꽤 많은 사람들에게, 개별화되고 위험한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거리를 두고 그 영향에 대해서 평가하고, 모두가 안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지 제안하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을 여유와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겠죠." 모임의 중후반부에는, 지금 당장 확실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어떤 과정이 필요할지 생각의 조각을 모아보기도 했어요. "커먼즈 논의에서 많이 배우게 되더라구요. 특정한 배움의 시간과 공간에서 모두가 일정한 역할-책임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생산되는 지식을 같이 향유하는 배움은 커머닝이라고 부를 수 있어요. 연결하면, 우리가 서로배움이라고 부르는 교육이 사회적 맥락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떻게 의미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고 더 나누고 싶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공부모임도, 그리고 공부모임 이후 각자의 일상과 현장에서 나누는 것들도요." "그와 연결하자면, 자율성과 책임성을 함께 챙기는 교육이 필요한 것 같아요. 피스모모에서 관계적 자기결정권이라고 부르는 개념과도 맞닿아있죠. 그런데 '자기결정권'에만 무게를 싣게 되면 현재의 사회 구조 상, 교육현장이 매우 취약해지는 것 같아요." "'책무'라는 개념이 주로 국가적인,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사용되거나 악용되는 경향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진보적인 의제를 다루는 그룹에서 책무성을 이야기할 때, 충분히 안전하지 않게 느껴졌던 경험이 있어요. 그렇지만 시스템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맥락에서 부과되는 책무가 아니라, 서로의 자기결정권을 서로가 증진시켜주기 위한 성격으로서의 책무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구체화된 형태로 제시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교육이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이 많이 나왔는데요. '그 무엇'은 배워질 수 있는 성격의 것인가,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 등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저희가 모든 교육을 할 때 가지는 이론적인 토대를 다시 점검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세계시민교육이나 평화교육 같은 경우에 사회정서적 영역-행동적 영역-인지적 영역에서 각각 어떤 역량의 촉진을 목표로 하는지, 목표하는 바는 무엇인지, 어떤 페다고지와 교육 모델에 기반을 두는지 등이요. 교육 현장에서 실천을 이어가다 보면 이런 것들이 간과되기 쉽다고 생각하거든요. 피스모모에서도 자체 연구-정리한 교육철학이 있지만 관심사도 다르고, 학습하는 방식도 다르다보니 같이 충분히 공부하는 시간은 적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미 존재하는 자료의 의미를 곱씹어보고, 현재 시점에서 평가하고 진단하면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서 답해보는 별도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문에서는 글로벌화와 함께 확장된 시장의 착취적인 성격-영향력에 집중하며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우리가 인식하는 공교육의 발달이 국민국가 형성 과정과 발을 맞추고 있으므로, 국민국가 형성-강화라는 맥락에서 또다른 분석이 더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군대와 학교가 닮아있다는 여러 논의들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 상반기 공부모임 때 다루었던 마리아 미즈의 텍스트와 연결해서, 자본화된 사회와 가부장제의 결탁, 젠더화된 시장과 사회-교육이라는 맥락에서 더 이야기 나눌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 공부모임의 의의를 되짚어보기도 했답니다.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위해서는 하루하루의 일상, 그리고 한 번 한 번의 만남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를 항해에 비유하자면, 매번 날씨가 바뀌고 환경이 바뀌니까 그에 적응하며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죠. 동시에 우리가 잘 가고 있는 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예상되는 어려움은 없는가 등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 지도가 필요하기도 하죠. 현재의 공부는 그 지도를 업데이트하는 작업이 아닐까요. 의미를 생각하며, 이후의 공부모임을 기대하며 마무리했어요. 이번 모임의 발제자이자 촉진자로서 역할해주신 빙봉께 특별한 감사를 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