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모모는 5월 15일은 세계 병역거부의 날을 맞아 러시아와 태국의 병역거부자/난민들과 연대하는 집회를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부터 태국대사관까지 행진하며 전쟁에 동참하기를 거부하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한국에 온 러시아 난민들과 태국 최초의 병역거부자 네티윗에 연대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에 동참하기를 원하지 않는 많은 러시아인들이 고향을 떠나고 있습니다. 그중 200명이 넘는 러시아인들이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하려 했지만 신청 자체가 거부되었고, 그중 5명이 한국정부를 상대로 소송 중에 있습니다. 법원은 심사 기회조차 박탈한 한국 정부의 처사가 난민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법무부는 외국인센터에 사실상 구금시켜 놓은 채 심사자격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태국은 징병제 국가입니다. 태국 군대는 최근 100년간 전쟁을 치른 적이 없지만 쿠데타만 최소 12번 이상 일으키는 등 태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네티윗 초티팟파이산은 태국 최초의 병역거부자로, 군부의 권력과 군사주의를 유지하는 데 이용되는 징병제를 거부하며 18살에 병역거부 선언을 했습니다. 이후 태국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결합해 인권운동을 지속해나가며 홍콩, 대만, 태국의 민주화운동 연대체인 ‘밀크티 동맹’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네티윗은 한때 승려로 출가했지만 병역거부 절차를 마무리하고자 승복을 벗고 환속한 상황입니다. 네티윗은 법적인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고 태국 최초의 병역거부자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변화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 날 집회에는 네티윗 초티팟파이산, 호주의 평화활동가인 젤다 그림쇼, 그리고 한국의 인권 평화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참여했는데요. 피스모모의 영철과 뭉치도 각각 발언과 사회로 함께했답니다. 한국에서 병역거부권이 인정되기까지는 20년이 넘는 활동가들의 싸움이 있었습니다. 이 변화를 위해 한국의 활동가들만 싸운 것은 아니었어요. 세계 곳곳의 병역거부자들과 지지자, 그리고 평화/인권활동가들의 연대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는데요. 싸우기가 아닌, 도망가기, 저항하기를 택한 세계 곳곳의 병역거부자들과 계속해서 함께할 때, 평화의 자리가 조금씩 넓어질 수 있을 거예요. 이 날 기자회견에서의 발언문을 공유합니다. 발언 1. 이종찬(공익법센터 변호사) 작년 10월 이래 한국을 찾아온 러시아 병역거부자들의 난민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변호인으로서, 관련된 기자회견만 이번으로 네 번째이고 입국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으나 여전히 사실상 구금 상태에 놓여 있는 이 징집거부자들의 조력자로서, 오늘의 여는 발언을 시작합니다. 2022년 12월 30일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 난민들을 국경에 구금하는 한국정부 규탄한다”는 제목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당시, 인천공항 출국대기실에는 5인의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이 난민인정 심사의 기회가 부여되기를 기약 없이 기다리며 3개월째 구금 중이었습니다. 이들은 다양한 경로와 이유로 한국에 이른 난민신청자들이었는데, 공통적인 이유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참여하여 무고한 우크라이나인을 살상할 수 없어 병역을 거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공통적인 이유로 이들은 난민인정 심사의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이를 다투려 하자 무기한 구금 상태에 빠졌습니다. “단순 병역 기피는 난민이 아니다”라는 앞뒤 재지 않은 아주 거친 이유로 말입니다. 그로부터 두 달이 흐른 올해 2월 14일 이들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법원의 최초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기자회견은 국내외 언론의 상당한 관심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침략 전쟁에 반대함이 명백한 이 병역거부 행위를 두고서는 ‘도저히 난민이 아니니 심사의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외신을 포함한 여러 언론들은 ‘도저히 이해가 어렵다’는 반응들을 보였고, 그 결과 이들이 공항 난민으로 5개월째 인권 침해적인 열악한 환경에 놓였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 했습니다. 승소 판결을 받아든 저희는 그러나 희망을 갖고 싶었습니다. 이제는 정부도 러시아 병역거부자들을 인정하고 난민심사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이 판결에 대한 2주간의 항소 기간이 끝나갈 무렵 열린 2월 23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관련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이 러시아 병역거부자들을 입국시키지 않고 항소 여부를 재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였습니다. 그러다 끝내 항소기간의 마지막 날인 2월 28일 정부는 이들에 대해 항소하였습니다. 단순히 1심 법원의 판정에 불복하지 못하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영종도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로 이들의 주거와 외출을 제한하여 구금 상태를 연장하면서까지 이 소송을 이어가는 것을 목도하였습니다. 나아가 저희는 이 병역거부자 친구들을 센터에서 면회하면서 놀랍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당시 저희가 법무부를 통해 들은 러시아 강제동원령 이후 ‘난민인정 심사에 불회부된 러시아 난민신청자’의 숫자는 28명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 출국대기실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던 저희 러시아 난민신청자의 경험에 따르면, 거의 매일 출국대기실에서 새로운 러시아인들을 만났으며, 이들은 입국을 거부당했고 얼마 안 있다 제3국으로 갔는데, 그 숫자가 본인이 헤아릴 수 있는 범위만으로도 200명 가까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강제동원령 이후 몇십만명의 탈출행렬이 이어졌으니 그 중 극히 일부인 저 정도의 사람들이 한국을 들렀다고 해도 이상한 숫자가 아니기에, 저희는 놀라면서도 수긍하였습니다. 그리고 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이들은 병역거부의 뜻으로 자국을 탈출해 한국의 문을 두드렸으나, 앞서 병역거부의 뜻을 밝힌 자들이 출국대기실에 갇힌 현실을 보고는 제3국으로 발길을 돌린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느끼는 정부의 노골성은 분명합니다. 지난 10월 이래 연속적으로 개시되고 선고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취소소송에서 저희 난민조력 변호사들은 대부분 사건을 승소하고 있는데, 그 중 유독 이 러시아 병역거부자들에 대하여는 정부가 일관되게 항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다른 난민신청자들은 1심 승소 후 항소가 제기되지 않아, 입국 후 난민신청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즉, 병역거부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명확합니다. 항소하고 가두어서라도 병역거부 난민신청자는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제 내일 5월 18일 오후 2시에, 지난 2월 14일 있었던 제1심 승소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선고됩니다. 1심 법원이 러시아 병역거부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고등법원도 승소 판결을 해주시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그간 병역거부에 대해 드러내놓고 거부의 메시지를 내놓은 정부를 향해 요구합니다. 국제법적으로 비난 받는 침략 전쟁에 반대하여 병역을 거부한 러시아 난민신청자들에 대해 더 이상 무의미한 법적 다툼을 그치고,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구금을 그쳐야 합니다. 이들에게 난민인정 심사의 기회를 주어야 할 뿐만 아니라, 난민인정에 관한 국제법적인 기준에 따라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합니다.감사합니다. 발언 2. 영철(피스모모 두어스랩 실장) 안녕하세요. 피스모모에서 일하는 영철이라고 합니다. 앞서 이종찬 변호사님이 러시아 병역거부자 난민의 상황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요. 저는 학교를 비롯한 여러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더 많은 분들과 연결되고자 질문을 던지며 발언을 시작하려 합니다. 내일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할 것 같으세요? 끔찍하지만 저는 이런 상상을 종종 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동서 내전이 발생하고, 나토와 러시아가 개입하며 전쟁이 시작된 이후 즈음부터인 것 같아요. 한미일-북중러 진영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동북아시아에서는 너나할것없이 서로에게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하고, 할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죠. 상황을 지켜보며 2017년 즈음 느꼈던 전쟁 위협이 다시금 스쳐가더라고요. 가족한테도 이야기하고 피란용 키트를 여럿 챙겨서 구비해두었습니다. 어머니는 유난 떤다고 하고, 아버지는 공감한다고 해주셨습니다. 비록 아버지가 투표한 사람이 이 전쟁위기를 돋구는데 아주 혁혁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요.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할 것 같냐는 질문, 제가 답한다면요. 아마 저는 도망갈 것 같습니다. 여러 시나리오를 돌려봤는데 아마 도망갈 것 같아요. 겁이 많아요. 사람 죽이기도 싫고, 사람 죽는 것 보기도 싫습니다. 국가를 위할 줄 모른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고, 한국 정부가 으레 말해왔듯 병역기피자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안 되는 건 안돼요. 여러 교육 참여자들을 만나다보면, 시민성, 젠더, 생태, 장애, 난민 등 다른 의제에 비해 전쟁, 전쟁 준비, 병역 등 군사안보와 관련된 주제는 유독 생각의 스펙트럼이 넓지 않은 경우를 종종 마주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가진 다양성 덕분에, 질문에 대한 참여자들의 대답이 나뉩니다. 침략적 성격이 명백한가-아닌가 등 어떤 전쟁인가에 따라서 다르다고 말하는 분이 있고요. 어떤 역할인지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살리거나 치료하는 역할이라면 하실 수도 있다고 해요. 여느 전쟁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참전했다가 참상을 목격하고 탈영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분도 있습니다. 병역거부자라고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평화적 신념에 기초하지 않더라도, 저처럼 그냥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전쟁 상황에서 병역을 거부할 사람들이 이미 같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말하는 분, 싫지만 참전해야지 별 수 있냐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헌신해야 할 국가가 무엇인지, 별 수 없는 그 상황, 별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 합당한지 등 이야기를 나눕니다만 여기서는 생략하고요. 참여자 생각이 다 다릅니다.러시아 병역거부자 난민 연대 집회에서 갑자기 웬 전쟁 질문과 답변을 소개하는지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앞서 소개해주신 러시아 난민분들도 아마 유사한 고민을 했거나, 상황이 닥쳐서 고민하게 되었을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쉽게 상상되지는 않습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살아가다보면 우리는 잘 몰라요. 다른 사람에 대해 잘 모릅니다.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인지 모릅니다. 전쟁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마음은 어떤지 모릅니다. 왜 한국을 선택했는지 모릅니다. 어떤 상황에서 그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병역거부자 또는 난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그 자리에 서게 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모릅니다. 알려고 하지 않는 걸수도요. 한 명 한 명의 존재에 대해 가늠해볼 공간이 너무나 협소합니다. 그런가 하면, 분명하게 아는 것도 있습니다. 한국은 난민협약도 비준하고 난민법도 제정한 나라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리도 인정하고 있고, 병역거부는 난민인정 사유가 되고,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알아가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난민 신청절차가 있다는 걸요. 그런데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러시아 병역거부자들이 난민 심사도 못 받게 한 채로 수 개월을 끌어왔고, 공항에서 나와서도 출입국지원센터에 사실상 구금되어 있는 상황을 보면요. 잘 모르는 것과 잘 알고 있는 것 사이, 우리 사회는 어디 즈음에 있을까요?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부끄러워할 줄 몰라서, 제가 다 부끄러워하며 교육현장의 이야기로 돌아가볼게요. 병역거부자-난민, 단어만 보고 잘 모를 땐 쉽게 결론 내리고 비난하는 분들도 많지만요. 이야기를 나누면 대부분 변합니다. 전향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단순한 언어로 규정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고유한 존재로서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충분히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방향으로 변하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아쉽게도 병역기피라고 단정짓는 법무부는 아닌가봐요. 러시아 난민심사 자격을 부여 하라는 법원 판단에 항소한 것으로 보아 해결할 의지도, 변화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 않아보입니다. 자유와 인권, 평화를 위해 지금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할 일이 무엇일까요? 여러 답변이 있겠습니다만, 침략적 전쟁으로 규정된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양심을 존중하고,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살아가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지역 내 무장갈등 위협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군비 통제-축소는, 기후위기와 경쟁적 군사화를 포함한 복합위기의 시기에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책무입니다.사실 법무부/정부에게 무언가 요구하는 것이 최선인지 고민이 들 때도 있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하기 보다는 통제/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여타 정책의 방향성을 보았을 때 더욱이요. 요구하는 것이, 의도와는 다르게 권위를 인정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 안타까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지속가능한, 모두의 공존을 위한 고민하는 시민들이 많아지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리는 전쟁에 가담하지 않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왜 가담하지 않으려 하는지 서로의 이유와 맥락을 알아가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 병역거부자 난민에게 연대하는 것을 포함해, 전쟁 준비와 전쟁을 멈추도록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3. 젤다 그림쇼 Zelda Grimshaw (Wage Peace 활동가, 호주)_노래 First Verse:Ten million soldiers to the war have gonewho may never return again.Ten million mothers’ hearts must breakfor the ones who died in vain.Heads bowed down in sorrowin her lonely years.I heard a mother murmur through her tears (her tears):Chorus:“I didn’t raise my boy to be a soldier”“I brought him up to be my pride and joy. (pride and joy.)”“Who dares to place a musket on his shoulder?”“To shoot some other mother’s darling boy?”Let nations arbitrate their future troubles.It’s time to lay the sword and gun away.There’d be no war todayif mothers all would say:“I didn’t raise my boy to be a soldier.”Second Verse:What victory can cheer a mother’s heartwhen she looks at her blighted home?What victory can bring her backall she cared to call her own?Let each mother answerin the years to be:“Remember that my boy belongs to me! (to me!)”Chorus:“I didn’t raise my boy to be a soldier”“I brought him up to be my pride and joy. (pride and joy.)”“Who dares to place a musket on his shoulder?”“To shoot some other mother’s darling boy?”Let nations arbitrate their future troubles.It’s time to lay the sword and gun away.There’d be no war todayif mothers all would say:“I didn’t raise my boy to be a soldier.”Chorus:“I didn’t raise my boy to be a soldier”“I brought him up to be my pride and joy. (pride and joy.)”“Who dares to place a musket on his shoulder?”“To shoot some other mother’s darling boy?”Let nations arbitrate their future troubles.It’s time to lay the sword and gun away.There’d be no war todayif mothers all would say:“I didn’t raise my boy to be a soldier.” 발언 4. 이지원(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안녕하세요.소개받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지원이라고 합니다.발언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다가, 태국에서는 매년 어린이날을 맞아 방콕의 한 부대 앞마당에서 탱크와 무기를 전시하고 체험하는 행사를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군에서는 이날 행사를 위해 인근 군부대에서 방콕으로 무기를 이송할 예정이니 시민들은 놀라지 말라는 발표를 한다는 사실도요. 슬프게도 참 익숙한 행사였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서도 ‘군에 대한 신뢰도’를 증진하기 위한 어린이날 맞이 군부대 개방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행사에서는 주로 군 장비와 물자 소개를 시작으로 전투복이나 군장류를 착용해 보거나 사격을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 또한 어린이일 적 전투기 비행 장면을 단체관람하고, 태권도 학원에서 단체로 병영체험에 갔었습니다. 즐거움보다는 낯설고 두려움이 더 컸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태국 군부는 군에 대한 두려움을 주입해 저항을 생각할 수 없게 합니다. 다양성을 내포한 평화교육이 아닌 군의 프로파간다 교육으로 많은 아이들이 군인이 꿈꾸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군사주의는 시민 개인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복종을 강요하며 나아가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있습니다. 폭력에 저항하고자, 시민들이 평화롭게 살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를 바라며 병역거부를 선언한 네티윗 초티팟파이산 님을 지지하고 연대하겠습니다. 전쟁은 기념해야할 일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고, 폭력과 무기가 아닌 평화적인 수단에 의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계층, 인종, 젠더, 장애 여부 등 교차적 존재인 우리들이 다양한 동료 시민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대안을 찾고 노력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태국 정부에 한마디 하겠습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은 UN 자유권 규약에 의해 보호받는 양심의 자유에서 파생된 권리입니다. 태국 정부는 살생을 거부하고 폭력에 저항하는 병역거부자의 권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별첨 5 림보(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IW31 활동가) 오늘 우리는 태국 병역거부자 네티윗, 그리고 전쟁을 거부하고 러시아를 탈출해 한국으로 온 러시아 병역거부자 난민들과 연대하는 집회와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네티윗님은 태국의 첫 양심적 병역거부자입니다. 그는 태국 군사정권이 권력과 군사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징병제를 활용해 왔다고 주장하며, 징병제는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장애물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네티윗님의 선택을 지지하고 그의 정치적 입장에 연대하는 마음으로, 함께 토론해보고 싶은 점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IW31 동료 에밀리는 가시적인 전쟁과 비가시적인 전쟁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비가시적인 전쟁은 주로 다양한 차별 감정을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인식하도록 작동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에밀리의 의견에 크게 공감하면서, 그가 말하는 비가시적 전쟁이 각자도생이라는 말이나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식을 통해서 드러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용감하게 전쟁을 거부하는 것 만큼이나 회피하고 도망치는 일도 일종의 저항행동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연대가 좀더 많은 이들에게 가닿기 위해서 우리는 다양한 거부, 다양한 저항행동과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어린이청소년들은 입시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들마저도 방과후에 학원을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일찌감치 입시경쟁에 돌입합니다. 그런 경쟁체제 안에서 누군가는 잘 적응하지만, 누군가는 숨쉬는 것도 어려워질 지경으로 힘겨워합니다. 이런 무한경쟁사회를 거부하고, 낙오자를 만들어내는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대학거부자들이 투명가방끈이라는 운동단체를 만들고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제안한 전쟁없는 세상도 한국 사회의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을 20년동안 이끌어온 사회운동 단체입니다. 그런데, 어쩐지 거부라는 저항 행동은 용감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소소하게 수많은 싸움을 겪으며 살고 있습니다. 당장 용기를 내어 거부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삶의 순간마다 크고 작은 저항을 만들고, 물의를 일으키고, 긴장을 만들면서 세상을 바꿔왔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월 말경,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도망친 젊은 미등록이주민이 있었습니다. 여덟시간의 도주는 경기도 화성에서 시작해 전남 완도에서 끝이 났습니다. 사실 그의 도주는 외국인보호소가 내세운 ‘보호’를 거부하는 것 아닙니까? 보호받기를 거부한 그는 검찰에서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도망친 것인가요? 거부한 것인가요? 독일에는 2차대전 당시 나치의 군대에서 탈영한 병사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나치에 맞서 싸우는 군대가 있었고, 그 군대의 병사들은 용감한 전사로 칭송받았습니다. 하지만, 나치의 군대에서 도망친 이들은 겁쟁이라는 낙인을 얻었습니다. 군대를 도망친 이도, 병역거부자만큼이나 전쟁없는 세상을 바라지 않았을까요? 단지 내가 죽고 싶지 않으니 도망치겠다는 마음이었을수 있지만, 내가 죽고 싶지 않으니 다른 이를 죽일 수도 있는 전쟁터를 벗어나야겠다며 도망치지 않았을까요? 이들 모두 전쟁을 거부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여성의 몸도 전쟁터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여성에게 부과되는 다양한 요구를 거부하기도 합니다. 비혼을 선언하거나, 임신출산을 거부하는 여성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혼하고 임신출산을 경험하는 여성들이라고 해서, 그저 가만히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많은 여성들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여성의 몸을 자궁이나 성기로만 해석하려는 남성가부장 권력과 다양한 방법으로 싸우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국경을 넘어온 이주민의 몸을 노동력으로만, 아이낳는 기계로만 해석하려는 이주정책과 싸우는 다양한 이주민들의 움직임과 아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외국인보호소폐지를위한물결 IW31은 구금을 통해 국경을 통제하는 이주정책에 반대하고 이주구금을 당장 멈추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활동을 하면서 우리는 국경과 같은 경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에만 있는 것이라기보다 사회 곳곳을 떠다니면서 우리의 관계를 뒤흔들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떤 존재의 삶도 단편적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보호를 내세워 갇히지 않고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자기가 삶을 꾸리고 싶은 곳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존재를 차별하는 갖가지 기준을 만들고, 계급과 계층을 나누어 경쟁하게 하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전쟁도 없애기 위해서 함께 연대합시다. 발언 6. 박노자(오슬로 대학교 한국학과 교수, 불교신자, 대독: 최정민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태국은 오래된 불교 국가로 알려져 있다. 한국 역시 불교를 국가적으로 공인한 역사는 1650년 정도 됩니다. 하지만 태국이나 한국의 주류 제도권 불교에 서로 비슷한 문제 하나 있습니다. 바로 승단과 국가의 유착의 역사, 불교의 국가화 역사도 그 정도로 길다는 점입니다. 국가와 유착된 불교 승가는, 오랫동안 부처님과 그 당시 원시 불교의 평화 정신을 온전히 살리지 못하고 있어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의 재가 불자 김도형 김훈태 등과 태국에서 재가불자 네티윗의 양심적 병역 거부의 의거는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 의거들은 국가 폭력을 합리화하고 용인해온 여태까지의 불교의 역사에 정면으로 평화를 위한 직접 행동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 없이는 평화와 비폭력을 쟁취할 수도 없고 국가에 늘 순응적인 불교 승단 행동 패턴도 본질적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화주의자 그리고 동료 재가 불자로서 네티윗의 행동을 적극 지지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