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모임 o:WOW 두 번째] 엄마와 평화 사이의 연결고리 글 /가연작성일/ 2020. 07.15 지난 6월 6일에 있었던 첫 모임 이후 한 달 만인 지난 7월 11일, 피스모모 엄마 회원 두 번째 모임이 있었습니다. 11시부터 시작인데, 10시 30분에 들어오는 저 사람! 모모 스탭이 아니고 새로 엄마 모임을 찾아주신 임수현 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기린이라는 별명을 사용하신데요. 기린은 심장이 가장 큰 동물 중에 하나인데,큰 심장을 가진 기린처럼 뜨겁게 느끼고 사랑하며 살고싶다고 하셨어요.선글라스와 마스크 너머로 느껴지는 활기찬 기운이 어디서 오래 만났던 분 같아요.애가 셋이라고요?! 게다가 막내 나이가 저희 막내랑 같네요! 오늘은 유독 오는 길에 해프닝이 많았네요.오랫만에 버스를 탔더니 급행이라 연대앞 정류장 까지 다녀온 선미 님,4호선에 사망사고가 나서 급히 전철을 갈아타고 온 프카 님,요즘 제일 핫한 스타벅스 한정판 캐리어 가방을 들고꼬마 리안과 그리고 남편 읭?과 함께 나타난 서로서로 님.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CBS 에서 연중캠페인 "평화의 길, 함께 열어가요" 인터뷰를 오셨어요. 북적거리는 느낌 연출 부탁드려요!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 모임도 엄마와 정체성이 만나는 지점을 고민해보려고 합니다.클레이를 준비했어요. 클레이는 매번 아이들이 놀고 나서 치우기만 했는데, 오늘은 우리가 마음껏! 엄마가 되기 전, 우리가 생각했던 '엄마'의 모습이나 역할을 표현해 봐요. 엄마가 되고 나서, 우리가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나 역할을 표현해 봐요. 1번과 2번의 모습이 얼마나 일치하거나 차이가 나나요? 내가 가진 다른 정체성(피스빌더, 교사, 학생 등) 들이 엄마라는 정체성과 어떻게 부딪치고 있나요? 혹은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나요? 엄마로서 겪고 있는 갈등/한계를 극복하도록 다른 정체성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나요? 엄마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엄마인 나는 지금 울퉁불퉁 감정 투성이 각자 경험한 엄마는 다르지만, 어쨋든 우리가 생각했던 엄마와 내가 수행하는 엄마는 큰 차이가 있네요.사랑이 넘치는 엄마를 상상했지만, 버럭버럭 소리만 지르는 나는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가연) 저에게 엄마는 차분한 사람이었어요. 저희 엄마가 그랬거든요. 감정을 잘 컨트롤 하셔서 저에게 불 같이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일이 없었어요. 그리고 엄마는 늘 새로운 요리를 해주시는 분이죠. 그런데, 엄마로서의 나는 이렇게 여러 감정이 얽혀있는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이에요. 늘 "힘들어", "졸려"라는 말을 달고 살죠. 손이 여러 개 달려도 모자랄 만큼 여러 일을 동시에 해내는 멀티 태스킹의 최고봉이에요. (기린) 보세요. 엄마란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예쁜 이미지였어요. 그런데, 엄마인 저는 삐죽삐죽 날카로운 분노에 차있어요. 분노도 일종의 에너지이긴 하지요. 어떤 책에 보니, 분노가 무기력보다 상위에 있는 에너지더라고요. 실제로 저도 모든 것에 무기력한 때가 있었는데, 차라리 분노에 차 있는 상태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네요. (프카) 저희 엄마는 참 힘들게 저를 키우셨어요. 저에게 신경질적이었던 엄마의 모습이 자주 기억에 남는데, 그때, 엄마가 참 힘들었나봐요. 제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던 거죠. 그래서 사랑이 넘치는 엄마가 되어야지, 여기 만든 해처럼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했어요. 그런데, 막상 나는 여러 실이 얽힌 실뭉치처럼 엉망진창이에요. 소리지르고 화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네요. 이렇게 뭉쳐진 실을 하나하나 잘 뽑아서 동그랗게 감아놓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서로서로) 저에게 엄마는, 그리고 가정은 반듯한 하트모양이었어요. 그 가운데 남편과 제가 있지요. 그런데, 현실의 무게가 참 크더라고요. 반듯하게 그리고 싶었던 하트는 이렇게 부슬부슬 부서진 하트가 되었어요. 차라리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위에서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가 리안이에게 닿지 않도록 저와 남편이 버티고 있어요. (선미) 제가 만든 게 뭔지 아시겠어요? 나무예요. 요새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엄마라는 사람은 든든한 뿌리를 가지고 버티고 서있어야 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감정에 따라 휩쓸리지 않고,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아이에게 안정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 사람 말이죠. 다양한 감정들이 나무 위로 쏟아져 내려가고 있지만, 그런 것들이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늘 그 자리를 채우는 사람이 엄마예요. 오롯한 나로서의 정체성과 엄마 정체성, 어떻게 둘 다 행복할 수 있을까 (프카) 저는 저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열심히 찾아가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엄마의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 제 아이들은 생활 하나하나를 도와주지 않아도 될 만큼 성장했거든요. 이제는 저를 돌아봐야 되겠다는 생각이에요. (서로서로) 저는 초등교사라는 일이 돌봄과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는 특성상, 엄마의 역할과 크게 배치되는 부분은 없어요. 다만 나를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저번 모임에 썼던 하루 스케쥴이 도움이 되었어요. 아침부터 3시 까지는 선생님으로 살고, 그 이후에는 엄마로 살아요. 그러다 보니 조금 힘들더라고요. 제 몸을 돌보는 시간, 일상에서 거리를 두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가연) 아마 모든 엄마가 그럴 거에요. 엄마가 아닌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시간이죠. 지금은 수도권에 살아서 모임 참여나 주 1회 출근도 가능하지만, 피스빌더로 살고자 한 이후로 거의 10년 동안은 지방에 살았기 때문에, 오프라인 활동이 불가능했어요. 당시 스스로를 ‘온라인 피스빌더’라고 불렀죠. 제가 하는 평화 활동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거나, 온라인 서명에 참여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여전히 시간은 문제에요. 아이를 돌보면서 내 시간을 갖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제인 것 같아요. 피스빌더로서 엄마의 역할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갈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에요. 갈등 분석 툴이 아주 큰 도움이 되는데요, 그 중에서 갈등 지도 그리기는 줄곧 사용하고 있어요. 시어머니와의 갈등, 아이들의 싸움, 남편과의 갈등 모두에 적용할 수 있지요. 마음이 부글거리다가도 갈등 지도를 그리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내려다 보면, 감정이 정리가 되는 효과가 있어요. CBS의 연중 캠페인 ‘평화의 길, 함께 열어가요’ 인터뷰로 생각해 본 엄마와 평화의 연결고리 발빠르게 엄마모임을 찾아 주신 CBS 리포터님 덕분에 엄마와 평화의 연결고리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어요.각자의 말로 정리해 본 엄마와 평화 이야기를 짧게 나눕니다. 올해 6.25전쟁 70주년을 맞는 소감? (서로서로) 내 인생의 두배도 더 되는 긴 시간이다. 나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우리 부모님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분단은 일상이었다. 그래서 70주년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지는 않는다. 일상이니까. 그렇지만 그 일상에 스며든 분단이 우리에게 얼마나 불필요한 긴장감을 주는지는 평화를 공부하는 요즘에서야 깨닫고 있다."군대에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라는 말 등이나, 어린 학생들이 있는 학교까지 줄 세우기, 번호 매기기 등의 효율성과 각잡힘의 문화, 정답이 하나고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것만 중요한 것, 적을 상정하고 있음이 당연한 것 등 말이다. 나의 아기는 이제 일 년 반쯤 살았다. 주민번호 뒷자리를 3으로 시작하는 아기다. 남편은 '이 아이가 군대 가지 않아도 되는 나라, 총으로 상대를 겨누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를 꿈꾼다. 하루 아침에 될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70년이 71년, 72년, ... 더 길어질 수록 분단에서 벗어난 상상이 현실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도 더 길어질거라는 안타까움은 있다. (선미) 아직도 바뀌어야 될 것이 많구나 생각했다. 70주년이 다 되었지만, 휴전협정이 종전협정으로 바뀌지 않았고, 아직도 분단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착잡하다. (수현) 5.18 평화 순례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겪은 분과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독재가 판을 치던 날에 모든 사회, 학교, 가정이 독재로 가득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전쟁 중인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 안에 온전한 평화 없이 갈등과 분열의 시간이 70년이나 지속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왜 평화가 유지되지 못할까? (프카) 사회 구성원들이 각자의 이익이나 감정을 우선시 하고, 상대와 내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아서. 또한,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준다면 좀 더 평화로운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연) 평화를 ‘유지’한다는 전제에 질문을 던져본다. 평화를 저 멀리 있는 이상적인 어떤 것으로 생각하면, 성취하기도 어렵고 추상적이게 느껴진다. 유지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개념이 된다. 그러나 평화가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한 단계씩 쌓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평화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각자의 평화가 하나하나 모이는 과정에서 어떤 평화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흘러가는 듯 보이고, 영원히 갈등에 처박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평화의 방향으로 엎치락 뒷치락 나아가는 과정일 거다. (선미) 이기주의 때문이지 않을까. 평화란 상호 간의 신뢰를 근본으로 만들어 가는 프로세스이다. (수현) 서로의 니즈가 달라서 아닐까? 좁혀지지 않은 의견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엄마들이 생각하는 평화는? 엄마들이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서로서로) 좋아하는 문장 중에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이 있다. 아기를 낳고 눈물이 많아졌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에서 아이 환자가 아픈 장면을 보기만 해도 예전과는 다른 아픔이 느껴진다. 요즘에 뉴스를 보면 드라마보다 더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 어린 아이들의 생명이 어른들의 부주의로 그냥 스러져가는 것을 볼 때, 말도 안되는 학대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볼 때 너무나 괴롭다. 그 아픔이 너무 커서 눈 감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 아이의 일이라고 생각할 때 그냥 눈 감아버릴 수가 없다. 다른 존재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것이 평화 감수성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한 아기의 양육자가 된 것은 평화를 고민하는 나에게 너무나 큰 배움이고 경험이다.또한 아기가 얼마나 약자였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나는 사회적 약자의 기준 중 하나가 '얼마나 일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가'라고도 생각한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아기'라고 생각할 때 적어도 꾸물꾸물 기어다니거나 아장아장 걷는 모습을 생각했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니 기기까지, 걷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하루 이틀이 아니여서 깜짝 놀랐다. 그 전까지의 아기의 모습은 거의 보지 못하고 자랐다. 그 동안 아기와 양육자는 사회에서 고립되어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아기를 유아차에 태워 다니면서 이동 약자들의 걸음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아무 의식 안 하고 지나왔던 길에 얼마나 장애물이 많고 턱이 많은지 느끼게 된다. 이 깨달음이 잊혀지기 전에 기록하고, 목소리를 내고, 또 연대하는 걸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작년에 아기가 50일도 안 되었을 때, 피스모모의 정기총회에 참여했었다. 사실 그 전 년도만 해도 우리 부부는 피스모모 프로그램에 그렇게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다른 모임이 아니라 피스모모의 행사를 아기의 첫 외출지로 떠올렸다. 피스모모에서의 만남은 나의 존재 그대로를 인정해준다고 느낀 곳이었다. 그래서 이 작고 약한 존재를 환대해주는 곳이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정기총회이기 때문에, 일년을 돌아보고 또 힘찬 일 년을 보내기 위해 여러 사안을 결정하는 자리였음에도, 아기가 놀랄까봐 '큰 박수' 대신, '손가락으로 톡톡톡 박수를 치자'고 제안해주시는 분이 있었다. 이런 작은 행동 하나까지도 아기에게 맞춰주시는 것에 참 감사했다. 이런 환대의 문화와 환대의 공간을 더더욱 넓혀가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가연) 엄마로서 평화는 일상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들이 코로나19 걱정없이 학교를 다니고, 신나게 놀 수 있는 것이 평화다. 저녁 시간에 식탁에 둘러 앉아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이 평화다. 엄마는 일상을 책임지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상의 평화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 같다. 자연스레 엄마가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평화를 위한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이다. 산 꼭대기에서 흘러나오는 물줄기는 평화의 골짜기로 흐를 수도, 폭력의 골짜기로 흐를 수도 있다. 우리 모두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한 사람이 평화의 길을 택할 수 있도록 방향을 안내하는 역할을 엄마가 할 수 있다. 엄마는 긴 시간 동안 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폭력적인 부분을 민감하게 관찰하고 들춰내는 역할도 해야한다. 아이들이 칼 싸움을 할 때 그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전투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전투기가 발사하는 미사일은 실제로 어떤 아픔을 만드는 지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수현) 내가 하루 종일 소리를 안 지르고 아이들이 잠이 들었다면 평화로운 하루가 성공했다고 여긴다. 내 안의 평화가 이루어졌고 네 안의 평화가 있고, 그러면 우리 모두 평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의 평화를 유지하고(?) 누리며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 즐거움과 편안함 가운데 매순간을 살아내는 것이 평화 아닐까. 오늘도 아이들과 평화의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내가 평화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은 우선 내 자신이 평화 안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평화의 언어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다. / 피스모모 "엄마"모임은피스모모 회원 중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첫모임을 시작했습니다.여성 양육자들이 놓인 특별한 사회적 맥락을 공유하며 서로 힘이 되고,여성 양육자들의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자리로서 모임을 시작하고자 했어요.물론, 다른 다양한 정체성과 더불어 삶의 많은 시간을양육자로서 살아가는 모든 회원 분들에게 열려있답니다.앞으로 양육자이자 피스빌더로서의 정체성이 교차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찾아가고자 해요. / 가연은피스모모에서 평화저널리즘 팀장피스모모 평화/교육 연구소(TEPI)에서 연구위원을 맡고 있습니다어쩌다 아이 셋의 엄마가 된 피스빌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