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가연작성일/ 2021.03.15 2020.02.27. (토) 11시~1시 온라인 줌(Zoom) 에서 만났습니다. 육아하는 피스모모 회원모임 o:WOW가 이번에는 '아이의 몸'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어 봤어요.직접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5인 이상은 모일 수 없는 방역규칙에 따라 온라인에서 만났습니다. 덕분에 춘천에 사는 주리님이 함께 하실 수 있었고요, 공동육아 하시는 태양님도 새로이 합류해 주셨어요. 지난 모임 중에 아이들 '성교육'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여러 멤버들의 제안 끝에, 아이의 성과 몸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육아모임 멤버들에게 미리 읽고 나눌 자료들을 모아주십사 요청을 드렸더니, 각자 고민하면서 접했던 자료들을 한 가득 모아주셨어요(자료모음 바로가기)아이의 몸에 대해 나눌 이야기들이 이렇게나 다양하다니요! 여러 자료 중에서 여러 멤버들이 선택한 자료는<부모의 첫 성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성교육' 이었어요. 마침 나무 가 <부모의 첫 성교육>을 잘 요약해 주셔서, 요약본을 기본으로 대화를 나누었답니다. <부모의 첫 성교육> 을 읽고 '나무'가 정리해 준 요약본 중, 대화가 많이 오갔던 부분을 몇 가지 소개해 볼게요.(회색 바탕으로 표시된 부분은 책 내용이에요) ►28쪽 – 정확한 단어 사용하기성기를 은어로 부르는 것은 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 정말 소중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정확한 명칭과 기능을 소개해 주고 소중하게 대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해부학적 용어와 유아어의 차이는 두는 것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쓰는 용어들이 해부학적 용어와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눈'이라고 하지, '안구'라고 하지 않으니까. 나도 사용하기 어색한 용어들을 억지로 아이에게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성기에 대한 인식: "누나는 고추가 없어?! 혹은 여자는 고추가 없지?!” 라는 말을 아이가 하면, 약간 발끈하게 된다. 남자의 성기를 기준으로 여자의 성기가 '없다'고 인식되는 것을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남자는 고추가 있지만, 여자는 자궁이 있어!"라든지, "남자는 고추가 튀어나와 있지만, 여자는 몸 안에 들어가 있는거야"라고 설명해 주기도 한다. 성기 형성에 대한 부가 설명은 코끼리가 보태주셨어요. "임신 초기의 태아는 원래 공통의 생식기를 갖는다. 그런데 이 하나의 구조에서 남자아이는 'A' 모양으로 발달하고 여자아이는 'B' 모양으로 발달해 생식기 모양이 뚜렷하게 구별된다. 이 경우 'A'와 'B'를 상동 기관이라 한다. 여성 성기는 음경과 달리 요도관이 질과 분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음경과 음핵(클리토리스)이라는 두 상동 기관은 하나의 구조로부터 발달했기 때문에 성질이 비슷하다." ►32쪽 – 정확하게 설명하되 필요한 내용만 알려주기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고민스럽다면 자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 가능한 부분까지 해라. 예를 들어 초경을 준비하는 딸에게 완경(폐경)의 증상과 어려움에 대해서 설명해 줄 필요는 없다. 궁금증을 풀어주고 자녀의 반응에 집중하라. 더 궁금한 것은 없는지, 혹시 새로운 지식에 당황하지 않았는지… 아기가 어떻게 생겨? 어디서 나와?라는 질문: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본인이 사랑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확인과 더불어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인 것 같다. 신나게 놀이를 하다가도 꼭 마지막에는 자신이 태어나는 장면을 따라 하는 놀이(이불 속에 들어가서 태어난다고 하면 쏙 나오기)를 하며 끝나기도 한다.아기가 생기는 과정과 태어나는 과정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벌써 그 장면을 그려놓기도 한다. 너무 사실적이라서 흠칫 놀라기도 했지만, 건강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기특했다. 엄마가 알을 낳았데(그림책) : 아이는 어떻게 생기냐는 질문에 어른들이 '아이는 알에서 나와'라는 괴상한 설명을 하자, 아이들이 아주 차분하고 실질적인 설명을 덧붙인다는 내용이다. 있는 그대로 당황하지 말고 설명해 줄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혹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때 다시 이야기하자”라고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도 있다. 아이 수준에 너무 과한 설명을 해주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성기도 몸의 일부로 이해하고, “눈,코,입 만지듯이 만질 수 있는 부분”: 우리의 파트너나 아이들이 성기를 만지는 것에 과민반응했다면, 성기도 몸의 일부로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만질 수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38쪽 – 경계를 기억하라 - '싫다’를 ‘싫다’로 받아들일 수 있게심리적 경계 – 물리적인 몸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더라고 마음의 경계를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 외모를 평가하는 말, 사적인 내용에 대해 질문하는 것 등성교육에서 경계가 중요한 이유? 자녀와 양육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바라보는 첫 걸음이기 때문 자녀를 가르쳐야 하는 존재,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본다면 그들의 경계를 내가 결정하게 된다. 타인에 의해 경계가 만들어진다면 자신의 감정과 경계에 대한 감각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위험한 상황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감각을 길러준다. 누군가 자신의 심리적, 신체적 경계에 침범하는 걸 알아차리는 민감성을 갖추는 것, 만약 경계가 무너져 있다면 다른 사람이 경계를 침범하더라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그걸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게 된다. 명절 때 친적 어른들이 강요하는 스킨십이나 애교: 아이가 싫다는 표현을 해도 쉽게 존중받지 못한다. 우리는 아이의 보호자인데도 무심코 '너가 이뻐서 그러시는 거야' '그냥 뽀뽀해줘~' 라는 말로 아이에게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빼앗는다. 아이가 싫다고 표현했는데도 '싫다'로 알아듣지 못하면, 이후에는 원하지 않는 스킨십에 자기 스스로 '싫다'고 표현하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이에게 스킨십에 수긍하기를 강요하는 대신, '~는 뽀뽀하고 싶지 않데요. 그냥 하이파이브 해주세요!' 등으로 어른이 대신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다. ►142 – 144쪽 가족에게도 규칙이 있어요. 노크하고 ‘들어가도 될까?” 신체에 대해 함부로 언급하지 않기 연애나 친구 관계에 대한 캐묻지 않기 자녀가 싫다고 표시했을 때 행동을 멈추는 것 가족 사이에도 스킨십에 대한 규칙이 필요하다. 싫다는 표현에도 '장난'이라고 무시하고 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 ►148-151쪽 아이의 스킨십이 부담스러워요.자녀에게 단호하고 명확하게 싫다는 것을 말한다. “네가 엄마 옷 속에 손을 넣으며 이제 널 안아 주기가 싫어.” 혹은 “엄마도 너를 사랑하지만 배를 만지는 건 싫어. 이제 하지마.” 부모라고 아이의 스킨십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나'는 평소에 스킨십을 즐기지 않는, 몸의 경계가 다소 뚜렷한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시도때도 없이 가슴을 만지거나, 몸을 부비대는 것을 감정적으로 뿌리치지 말고, 단호하게 싫다는 표현을 해도 좋다. 그렇다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미디어리터러시 성교육> 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학교에서는 '젠더' 혹은 '성'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배우고 있을까? 부모들은 학교에서 젠더/성 교육을 어떻게 하는 지 정확히 알 지 못하는 상황. 언론은 한국 성교육이 '사랑과 책임'만 강조하는 이상적인 교육이라고 비판하며, 실질적인 성교육은 '콘돔 교육'뿐이라고 자극적으로 싣기 일수다. 점점 청소년들의 성적인 권리가 당연하게 주장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성을 쾌락을 위한 섹스로만 이야기해도 되는 옳은지 의문이 생긴다. 넘쳐나는 피임약 광고는 '임신만 하지 않으면 섹스를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일명 콘돔 교육이라는 실용적인 성교육 뿐만 아니라, 섹스는 곧 생명이 생길 수 있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그에 따른 책임감과 윤리의식, 생명 존중도 골고루 다루는 성교육을 제안한다. 유럽에서는 정규 수업 과정 중에 신생아 모형을 이용한 육아 실습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생명을 기르는 어려움(?!)과 책임감을 경험한 아이들의 첫경험 연령이 현격히 높아졌다고 한다. 미디어에서는 성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을까? '성'은 감정적- 생리학적인 정보를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접근법으로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 부부가 아닌 사이에서, 성인이 아닌 커플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을 때에도 생명을 선택할 수 있게끔 포용하는 환경과 사회적 시선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존중 교육'이라는 데 목소리가 모였습니다. 나를 존중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알도록 교육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성교육이라는 것이죠. 존중은 곧 경계에 대한 예민한 감각으로 이어지고, 그런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나와 다른 사람의 경계를 지킬 수 있게 될테니까요. 또한 언젠가 나 혹은 다른 사람이 그 경계를 침범당했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역할이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성교육이라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이 접하는 미디어 컨텐츠에 스며들어 있는 젠더 편향과 성적 고정관념을 비평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제안이 이어졌습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스스로 흡수하는 정보가 점점 많아지는데, 양육자로서 아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눈이 필요할테니까요. 다음 모임에서 함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그런 시각을 훈련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 피스모모 엄마모임이 '육아하는 피스모모 회원모임 o:WOW'로정체성을 넓혀보고자 합니다. '엄마모임'이라는 언어 때문에 참여를 주저하셨던 분들을더 적극적으로 초대하고 싶었거든요당신을 위해 항상 틈을 만들어 놓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