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가연/작성일 2021. 04.17. o:WOW 2월 모임에서는 '아이의 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자연스럽게 아이가 보는 미디어에서는 젠더와 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궁금해졌어요.그래서 아이가 보는 콘텐츠를 성평등 관점에서 리뷰해 보기로 했답니다! 이번 모임에는 규진님과 효니님이 새롭게 함께하셨어요. 청년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계시는 규진님은 주로 청년이자 활동가의 정체성을 가진 분들과 만나는데, 점차 청년이었던 동료들이 육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꿈꾸는 과정을 보며, 활동가와 육아인의 접점을 찾고자 모임에 오셨다고 합니다. 효니님은 아이가 없으시지만, 조카들을 보며, 아이들이 보는 미디어 콘텐츠를 성평등 관점에서 어떻게 볼 수 있을지 궁금해서 모임에 오셨데요🙂 요즈음 모임의 자료 공유를 적극적으로 맡고 계시는 코끼리님도 함께 하셨습니다. 🤡코끼리님은 콘텐츠 리뷰 모임에 이런 이유로 참여하셨데요반편견, 문화/종교/젠더 다양성, 장애/비장애 등등...아이와 만나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의욕은 다행히 여러 대안적인 문화들을 만나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 공동육아 문화에서 엄마아빠를 가리지 않고 양육자를 어우르며 ‘아마’라고 호칭한다거나 아이가 어른을 별명으로 부르고, ‘양반다리/아빠다리’가 아니라 ‘나비다리’라고 말하고, 성별을 구별하지 않는 옷차림을 약속하는 등등이 그렇다.그런 도움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함께 하는 삶 한 가운데서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당장 아이들이 즐겨부르는 노래부터가 그랬다. 왜 하필 곰 세 마리는 엄마, 아빠, 아기곰 세 마리란 말인가. 그럴 때마다 노랫말은 ‘엄마곰은~ 아빠곰은~’은 ‘아마곰은~ (그리고 다른) 아마곰은~’이 되기도 하고, 아빠곰이 날씬하고 엄마곰이 튼튼하거나 힘이 세다는 노래가 되었다. 아이가 클수록 그런 얕은 수마저 점점 바닥을 드러냈다. 시크릿 쥬쥬, 신비아파트는 파도처럼 덮쳐왔고, 할머니네에서든 유행에 민감한 어린이집 친구를 통해서든 해당 콘텐츠들은 아이에게는 사탕같은 매력으로 다가왔다.그러던 와중 다행히 피스모모 양육자 모임을 통해, 성평등을 주제로 아이들이 즐겨보는 영상 콘텐츠나 성별화된 장난감 시장 등등을 살필 기회가 있었다. 애니메이션에서 여성/여아는 어떻게 재현되는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들여다 볼수록 좀더 성평등한 콘텐츠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아직은 다른 영상콘텐츠들로 시선을 돌리며 어찌저찌 버티고는 있다지만, 언제고 아이가 시크릿 쥬쥬나 신비아파트를 보여달라고 요청할 날은 머지 않았다. 그러다 같이 영상이라도 본다면, 재밌게 보는 아이 곁에서 괜히 초치는 무정한(?) 어른이 될까봐 벌써부터 고민이 깊어진다. 6살배기 어린 친구에게 과연 나는 어떻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풀어낼 수 있을까? 리뷰할 콘텐츠는 크게 애니메이션과 장난감 광고로 나누어봤어요.아이의 생애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애니메이션을 관찰하면서, 발견된 성차별적 요소를 짚어보았습니다. ► 애니메이션 어차피 주인공은 남성 캐릭터?!아이에게 처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은 아마 '뽀로로'가 아닐까요. 선악 구조도 없고 내용도 참 좋아서, 어른들이 보기에도 재미있는 만화에요. 뽀로로를 보다가 타요나 폴리로 취향이 변하는 것이 보통이죠. 그런데,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니 뽀로로, 폴리, 타요, 슈퍼윙스, 또봇, 카봇, 코코몽 등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만화는 대부분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이네요. 남성으로 보이는 만화 속 캐릭터가 여성 캐릭터보다 더 많은 것도 놀라워요. 반면, 레이디버그는 드물게 여성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에요. 레이디버그의 변신 코스튬은 몸에 아주 '촥' 달라붙는 전신 레깅스인데, 마네킹 같은 몸매가 아주 잘 드러나지요. 아이들과 함께 시청하면서 '와, 몸매가 진짜 이쁘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참 현실적이지 않은 묘사네요. 레이디버그 뿐만 아니라, 만화에 등장하는 남녀 캐릭터들은 소위 '쭉쭉빵빵'한 캐릭터들이 대부분이에요. 특히 여성 캐릭터들은 선악을 막론하고 '보기 좋은' 몸매로 표현되지요.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연습이 어릴적부터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잠시 멈칫하게 됩니다. 여성캐릭터는 거들 뿐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만화들에서 여성 캐릭터는 주로 '거드는 역할'을 맡습니다. 폴리의 앰버나, 슈퍼윙스의 아리는 사건을 최종적으로 해결하지 못해요. 늘 마지막에는 폴리나 호기 등의 남성 캐릭터가 등장해야 일이 풀린답니다. 마치 헐리웃 영화에서 흑인 캐릭터가 보조캐릭터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말이죠. 폴리: 진(구조 본부) 타요: 하나누나( 버스차고지 정비사) 슈퍼윙스: 하늘 (관제탑 통신장교)폴리, 타요, 슈퍼윙스는 이야기 특성상 '본부'에서 일을 처리하는 역할이 존재하는데요. 공통적으로 현장에 '출동'하지 않는 역할을 여성이 맡고 있어요. 군대에서 현장직 보다는 기술직이나 통신직에 여성 군인이 종사하는 것과도 연결됩니다. 여성을 신체적 활동 보다는 두뇌 활동 영역에 제한하는 사회적인 시선이 묻어나는 듯 해요. 물론, 타요의 정비사 하나누나의 경우 여성과 잘 연결짓지 않는 직업군이고, 슈퍼윙스에서도 통신을 담당하는 남성 캐릭터가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속눈썹이 있어야 여성 캐릭터모임 중, 슈퍼윙스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우주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약간의 논란이 있었어요. 만약 우주가 여성 캐릭터라면, 전형적인 여성 외모 표현이 압도적인 애니메이션 세계에 중성적인 외모의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남성이라는 결론에 다달았어요. 왜냐면, '속눈썹'이 없거든요!동화책 리뷰하기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아이들 콘텐츠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외모가 존재한답니다. '속눈썹'이 있거나, 치마를 입었거나, 핑크색이거나, 머리가 길거나(우주처럼 쇼커트가 아닌), 리본 같은 액세서리를 달았거나, '여성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지요. 페파피그 캐릭터들은 속눈썹이 없는 대신 치마를 입었어요. 코코몽의 아로미는 속눈썹이 있고, 리본을 달았네요. '씩씩한' 특공대 이야기인 카봇이나 미니특공대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도 예외가 아니에요. 남성인 캐릭터들의 포즈나 외모, 표정과 비교하면 여성 캐릭터에 부과된 전형적인 이미지가 더 잘 느껴지지요. 중년 남성은 '대장', 중년 여성은 '아줌마'옥토넛 탐험대는 해양생물들을 과학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여서 육아인들 사이에 좋게 평가되는 애니메이션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리더를 맡고 있는 바나클 대장과 정신적 지주,잉클링 교수님 등 중심점이 되는 역할은 모두 남성이에요. 헬로 카봇이나 와치카 등의 만화에서도 '박사님'이 꼭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두 남성이지요.반면에 중년 여성 중 '리더십'을 보이는 캐릭터는 극히 드물어요. 중년 여성들은 '엄마'나 '아줌마'가 주된 캐릭터이고, 헬로 카봇에 등장하는 'Q라인: 노인 여성 악당 캐릭터'처럼 전형적인 '마녀' 역할들 뿐이에요. 동물 캐릭터에도 성차별적 이미지마샤와 곰, 부바, 핑구 등은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아주 귀여운 캐릭터들이에요. 특히 핑구는 '인간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서, 언어 세계를 아직 형성하지 않은 유아들이 보기에도 참 재밌는 만화랍니다. 그런데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들에도 성차별적 이미지가 스며있어요. 핑구에서 속눈썹이 달린 몸집이 좀 더 작은 펭귄이 분명 여성 캐릭터죠. 디보에서도 핑크색 토끼는 분명 여성 캐릭터일 거에요. 부바는 성별이 특정되어 있지 않지만, '느낌상' 남성으로 표현되는 듯 해요(속눈썹이 없고, 리본 같은 액세서리를 달지도 않았으니까?!). 부바는 호기심이 넘쳐서 항상 모험하고 '사고치는' 캐릭터인데, 만약 부바가 여성이었다면, 그런 모험심 가득한 행동들이 '말괄량이' 로 표현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아니면 마샤와 곰에서 처럼 뒷처리를 해주는 '곰' 같은 캐릭터가 존재하겠죠.마샤와 곰은 꼬마 여자아이가 말썽을 부리면 듬직한 곰이 뒷처리를 해주고 돌봐주는 스토리로 구성되요. 마냥 귀여운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한 걸음 떨어져서 보니, 유아-여성-약자 vs 성인-남성-강자의 구도로 구성되어 있네요. 약자인 여성을 강자인 남성이 보호한다는 차별적 관념이 녹아있다고 생각하면 억측일까요? 동물 캐릭터들을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하면, 작은 동물들은 여성 성우가, 덩치 큰 동물들은 남성 성우가 더빙을 하는 경우도 많이 발견되요. 게다가 초식-육식 동물별로 성별이 나뉘기도 한답니다.고녀석 맛있겠다는 동화책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에요. 원작에서는 공룡에 성별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데요. 애니메이션으로 각색하면서 공룡 캐릭터 별로 성별이 아주 뚜렷하게 드러나게 각색되었어요. 몸집, 표정이나 색으로도 성별이 구분되네요. 여기서 잠깐 👋 펭수는 남성일까 여성일까? 아이들이 성인만큼 펭수를 즐기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효니님은 펭수라는 캐릭터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데에 의문이 생기셨데요. 남여 성별이 또렷하지 않아서 그럴까요? 이와 관련해 규진님이 펭수의 기획 의도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사실 아이들이 6세가 넘어가면 뽀로로를 유치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해요. 그런 아이들을 위한 '뽀로로 이후' 캐릭터로 펭수를 개발한 것이었죠. 그런데 펭수가 성인에게 더 인기를 끌자, 전세대를 아우르는 유투브 캐릭터로 전환한 것이라고 해요.사실 아이의 연령대 따라 선호하는 캐릭터의 특성이 있는데요. 영유아 콘텐츠에는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여성이나 엄마 캐릭터에 끌린데요. 반면 초등학생 이상이 되면 캐릭터 자체의 객관적 매력도에 끌린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신비아파트나 귀멸의칼날 등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연령이 올라가면 중성적인 귀신 캐릭터나 노인 등 캐릭터가 조금 다양해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 장난감 광고유아 장난감은 성별에 따라 구분이 아주 확실하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팩키지의 색부터 장난감의 종류까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접할 수 있는 장난감의 폭은 미리 정해져있어요. 유명한 어린이 유투버 마이린이 장난감 스토어 '토이저러스' 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장난감 BEST 10을 리뷰했는데요. '남아 완구'와 '여아 완구' 섹션이 나누어져 있고, 여아 완구의 경우 '돌보고' 집안 살림을 하거나, 인형을 갖고 노는 장난감이 대부분이에요. 남아 완구는 거의 다 변신로봇 장난감이었다는 리뷰와 아주 대조되지요.스타필드의 장난감 코너 '토이 킹덤'을 가보니 다행히도 남아 완구, 여아 완구 섹션은 구분되어 있지 않았지만, 캐릭터 별로 섹션을 구분해 놓았어요. 그래도 캐릭터 별로 여자 아이들이 선호하는 혹은 '선호해야만 하는' 장난감들의 팩키지는 분홍계열이 대세였어요. 신기한 발견은 남아가 선호할 만한 변신 로봇 장난감 섹션의 광고에서는 남성의 목소리가, 여아가 선호할 만한 인형이나 요리류 장난감 섹션의 광고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더라고요.또 하나, 독특한 발견은 3세 미만의 유아 장난감 섹션에는 성별 구분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설거지 놀이나 악기 연주 장난감 팩키지에도 남자 아이의 이미지가 사용됐어요. 동일한 설거지 놀이 장난감도 조금 큰 어린아이들 대상에는 여자아이의 이미지가 사용된 것과 비교할 수 있지요! 어린이들에게 뽀통령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장난감 리뷰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분명 여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같아요. 캐리 언니의 복장이 모두 핑크이기도 하고, 리뷰하는 장난감 종류도 '쿠킹' 혹은 인형 등의 장난감이 많아요. ► 새로운 시도들 문화다양성을 담은 콘텐츠 올리볼리코끼리가 소개해 준 올리볼리는 다음세대재단에서 만든 문화다양성교육 플랫폼이에요. 평화, 다문화 이해, 인권 등 다양한 주제의 여러 나라 동화들을 접할 수 있답니다. 유투브 채널에는 젠더관점에서 볼 수 있는 동화 등이 모여있어요! 젠더프리 카탈로그를 제작한 스웨덴 장난감 회사 ‘탑 토이’ 스웨덴 장난감 회사 '탑 토이'는 성역할에서 자유로운 2012년도 크리스마스 카탈로그를 제작했어요. 보통 여자 아이가 모델이 되는 집안일이나 인형놀이 광고에 남자 아이도 같이 등장하고, 물총 광고 모델로는 여자아이가 등장하는 등 고정관념을 뒤짚는 시도였지요. 이후 성평등 관점에 걸맞는 장난감을 제작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시대에 맞춘 동요 가사 개편 '잘잘잘'"하나하면 할머니가~"로 시작하는 동요 '잘잘잘'에는 "셋하면 새색시가 거울을 본다고 잘잘잘, 여섯하면 여학생이 공부를 한다고 잘잘잘"이라는 가사가 나와요. 그런데, 최근에 EBS 딩동댕유치원에서는 같은 동요의 가사를 개편해서 불렀네요! "셋하면 생선장수 생선을 사라고 잘잘잘, 여섯하면 여우들이 연날리기 한다고 잘잘잘" 여러 시도와 문제제기들2016년도의 일이긴 하지만, 한 초등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성평등 미디어리터러시 수업에서 육아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와 비슷한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어요. "양성평등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달라"는 청원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최근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EBS 장난감 상업광고가 어린이에게 과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고요. '정치하는엄마들'에서 진행하는 혐오/차별 미디어 아카이빙 프로젝트 '핑크노모어'에는 성차별적인 미디어 콘텐츠를 모아서 문제 제기하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어요. ►또 다른 아이디어!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 등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올바른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육아인들의 우려와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콘텐츠를 하나하나 관리할 수는 없겠지만, 성차별적인 어린이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이 사회 전반에 정착되도록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육아하는 피스빌더들의 역할이겠죠.모임 말미에는 EBS 와 같은 공영방송의 콘텐츠 보다 투니버스나 유투브 같은 사설 플랫폼의 콘텐츠들이 더 자극적이지 않겠냐는 물음도 나왔어요. 다음에는 초등학생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시청하는 콘텐츠를 리뷰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콘텐츠 리뷰 전문 육아모임이 될지도 모르겠네요?!지속적인 관심을 이어서 또 다른 기회에 의미있는 문제 제기를 해보기로 약속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육아하는 피스모모 회원모임 o:WOW는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모입니다. 육아와 평화를 함께 이야기하고픈 여러분들을 기다려요:)5월 모임은 "쓰레기 없는 어린이날 선물하기"를 실천하고 후기를 나누는 모임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