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21. 04. 29/정리 가연 일곱번 돌아온 4월 16일.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억하고 또 곱씹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육아하는 피스모모 회원모임 o:WOW>의 4월 모임은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하며시와 영상, 노래를 나누고 공동의 시를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월호를 '아이'라는 대상으로 제한하는 것에 머뭇거렸던 것이 사실이에요.이미 성인이 되었을 세월호 희생자들, 그리고 학생이 아니었던 희생자들을 모두 포함하지 못하는 말이기 때문이죠.하지만, 육아하는 피스빌더들이 나누어야 하고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는 생각에 세월호로 '별이 된 아이들'로 주제를 한정하게 되었습니다. 4월 16일 밤 8시, 온라인에서 만난 o:WOW 멤버들 #2014년에 태어난 아이들과 살고 있는 우리. 2014년에 임신이나 출산을 한 육아모임 멤버들이 여럿돼요. 그래서 4월이면 떠오르는 기억들이 각별한데요.이와 함께 세월호와 관련된 영상이나 시, 글 등을 나눠봤어요. 가연: 저는 벚꽃이 아른거리고 아직은 쌀쌀한 4월 첫 주에 둘째를 출산했답니다. 집에 가만히 있어야 하는 산모였는데, 무슨 용기가 났는지 아기를 보러 온 친구와 막 피기 시작했던 벚꽃 길을 차로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 벚꽃만 보면 그때가 떠오릅니다. 세월호 가족들도 4월이 되면 냄새와 공기, 온도로 그 때를 떠올리시겠죠. <나누고 싶은 글> 평화저널 플랜P 3호에 실린 세월호 유가족들의 이야기날씨와 감각으로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하시는 세월호 엄마아빠의 목소리가 마음이 아파요. 또, 416 사건과 관련된 문학들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너무 조용해서 이상했다는 예은이 엄마의 말이었어요. 이제서야 영화도 만들어지고, 글도 써지는데, 이런 사건이 소화되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덕적 상상력>의 글영화 '코코'에는 저승에 사는 조상들을 기억하는 명절이 묘사되어 있어요. 이승에서 기억하지 않으면 조상들은 명절에 '세관'에 걸려서 이승으로 넘어오지 못해요. 여기 나오는 시간 관념이 '도덕적 상상력'에서 소개된 아프리카의 시간관념과 비슷해요. 살아있는 사람이 기억하기를 멈추면, 죽은 사람은 영원한 죽음의 세계로 빠져든다는 거에요. 떠난 이를 아는 마지막 사람이 죽을 때, 먼저 간 이는 사사Sasa(현재)[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시간 차원으로 가까운 과거, 현재, 가까운 미래가 존재하는 미시적 공간]의 시간에서 죽는다. 실제로 가족 관계에 있어서 그는 완전히 죽은 사람이 된다. 죽은 이는 자마니Zamani(과거)[먼 미래와 먼 과거를 포함하는 거시적 시간으로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신화적인 규모의 시간]의 시간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떠난 사람의 이름이 기억되는 한 그는 진짜 죽은 것이 아니다. 산 사람이다. - 중략 -살아 있는 죽은 사람은 육체적으로는 죽었지만 그의 삶을 아는 이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영혼의 세계에서도 살아 있다. 그렇게 살아 있는 죽은 사람이 기억되는 한 그는 개인적 불멸 상태에 머문다.- 도덕적 상상력 중 주리: 저는 어젯밤 집에서 <당신의사월>을 봤는데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따뜻하더라고요. 아이가 2014년 4월 27일에 태어났어요. 세월호 사고가 난 날에는 집에 있다가 핸드폰으로 그 뉴스를 처음 보고 그 이후로 뉴스를 못 보겠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나서야 뉴스를 봤는데 더 절망적이었고, 누구한테 출산 축하를 받기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는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2014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올해 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중에는 4월 16일이 생일인 아이도 있어요. 당분간 코로나 때문에 수학여행도 못 갈것같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나누고 싶은 글 & 영상>세월호 기억공간을 운영하던 분이 제 친구에요. 기억투쟁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는 인터뷰가 글과 영상에도 나와있어요. 저도 그래요. 이번 해에는 세월호 현수막도 달지 않으려고 해요. 더 이상 공감을 얻지 못하는 방식인가 싶어요. 다른 방식의 투쟁을 찾아야 하는 때인 것 같아요. 김치: 저는 생일이 4월 16일입니다. 이제는 마냥 행복하지 않은 날이죠. 저는 지난주에 아이랑 세월호 이야기 나누며 티코스터를 만들었어요. 작은 실천이긴 하지만 주변에서부터 이야기를 나누고 관심을 갖게 하고 ,알리는 것이 제가 해야만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나누고 싶은 영상> 닷페이스의 세월호 기념 기획 영상 한국에서 일어난 삼풍, 대구 지하철, 세월호도 해결 안 된 것은 모두 같다는 영상이에요. 라니: 저도 2014년생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당시 광화문에 어린이집이 있었거든요. 광화문을 매일 지나면서 추모공간을 봐와서 매년 이맘때면 마음이 아프네요. 날이 좋으면 좋아서...날이 흐리면 흐려서... 그 때 저는 영어학원 강사를 하고 있어서, 학생들과 세월호를 추모하거나 나눌 여력이 없었어요. 해가 갈수록 마음이 더 아파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애정을 쌓으면서 모성애가 커지는 것 같은데, 십여년간 애정을 쌓아온 아이들이 한 순간에 없어지면 무슨 감정일지 느껴져서 너무 힘들어졌어요. 요즘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여러 군데로 나눠서 간다고 해요. 다양성을 존중하려고 그렇게 운영하는 줄 알았는데, 세월호 이후에 한 장소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해요. 그걸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서로서로: 저도 수업하는 학생들이랑은 적어도 같이 이야기 좀 나눠봐야겠다 싶어서 부랴부랴 자료들 살펴보고, 이야기 정리해서 나누어보았네요. 기억할 수 있도록, 같이 나누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학생들에게 세월호에 관해 물어보고 (한 반에 10명 정도 들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설명해주고,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봤어요. <나누고 싶은 영상>매해 4월 16일이 되면,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학생들과 들었었어요. 이번에는 5주년 당시 세월호 부모님들이 부르셨던 윤도현의 '너를 보내고'를 들었는데, 가사가 너무 슬프네요. 프카: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님의 이야기를 만화로 만든 책, '홀'이 몇일 전에 도착했어요. 세월호 이슈가 주로 단원고 아이들과 학부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다른 희생자나 생존자에게는 관심을 갖지 못했어요. 아무도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알리려고 청문회에서까지 자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삶이 눈에 들어왔어요. 3월과 4월, 경복궁 앞에서 진행되었던 1인 피케팅에도 참여했어요.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이 마음에 꽂히더라고요. 어떤 젊은 남녀는 "아직도 세월호냐, 지겹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반면 60대로 보이는 중년 부부는 "고생한다"며 응원해주시기도 했고요. <나누고 싶은 노래>416합창단에서 창작한 노래 '너'의 가사를 나누고 싶네요.<너>- 416합창단 태어나던 날처음 잡던 손 목소리를알아듣던 너 세살 적 기차창에 매달려세상을 바라보던 너 일곱 살 벚꽃을 보며팝콘이 터진다고 말하던 너 열 살 적 같이 본 노을엄마 늙지 말라 하던 너 날마다 고마웠어매순간 사랑했어 열두 살 깁스를 하고 선싸인을 해보라던 너 열넷 은행잎을 주워선물이라고 내밀던 너 열여섯 방문을 닫고음악을 크게 틀던 너 열여덟 수학여행 간다고짐 싸며 들떠 있던 너 날마다 고마웠어매순간 사랑했어 오키: 처음 모임에 오게 된 오키입니다. 평소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벅차게 일을 하는데, 오늘은 직장에 휴가를 내고 모처럼 여유롭게 독립서점을 돌아다녔어요. 아무래도 세월호 참사 당일이라 서점에 세월호와 관련된 책이나 큐레이션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조용하더라고요. <나누고 싶은 시>신미나님의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라는 시집에 '국화가 있던 자리에 국화가 사라지듯이'라는 시가 있어요. 세월호를 위해 쓴 시는 아니지만,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 있어서 나누고 싶네요.<국화가 있던 자리에 국화가 사라지듯이>- 신미나 돌아온다돌아오지 않는다 사람들이하나둘물속으로첨벙 보지 않고도보았다고 믿으면물소리가 나는 기적 사랑의 피로를 아는 이가싸우듯이 기도한다 난폭한 희망이자신의 뺨을 때리지 않도록 교실과 휘어진 복도물의 발자국 귓고이 성에로 우겨져눈 뜬 사월 선미: 저는 지금 미국에서 있어서인지 세월호와 약간 거리감이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세월호에 대해서 잊지 않고, 책임감을 함께 느끼고, 집에서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엄마들, 이렇게 생각을 공유하는 엄마들이 계시니 너무 멋져요! #공동의 시쓰기열심히 기억하는 일, 새로운 세대에게 기억을 물려주는 일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죠. 아이들에게 세월호를 설명할 때, 어떤 말들로 설명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함께 시를 지어봤어요.<네가 하고픈 것을 하렴>-O:WOW 네가 태어났던 해벚꽃이 피던 계절이었어바람이 점점 따뜻해지던 날이야기가 들려왔어 차가운 바다에서멈춰버린 시계 멈춰버린 추억 ‘왜요?’ 묻는 네게아직도 정확한 답을 해줄 수 없어미안해 가만히 있지 말고네가 하고픈 것을 하렴 내 몸에 닿는 바닷물은 차갑지만네 마음에 닿는 기억은 따뜻하기를 *육아하는 피스모모 회원모임 o:WOW는 육아와 평화를 함께 고민하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5월에는 '제로웨이스트 어린이날 선물하기' 캠페인과 어린이날 선물하기 후기를 나누는 모임으로 진행됩니다.캠페인 & 모임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