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일 2021.07.28/정리 가연 더운 여름의 한 가운데, 코로나 확산 추세까지 심상치 않은 날이었어요.오프라인으로 예정되어 있던 육아모임을 급히 온/오프라인으로 전환하고, 강사 엇지(이정훈)님과 o:WOW 멤버 몇이 조심조심 만났습니다. 이번 모임은 엇지님의 목소리를 최대한 그대로 담아보았어요:) 카페 트랜스에서 모인 7월의 육아모임. 왼쪽부터 강사 엇지님, 가연, 오키, 프카/ 사진에 나오지 않았지만 오프라인으로 함께 했던 안나, 윤성/ 온라인에서 귀 기울여 주신 서로서로, 라니, 주리, 효성, 진수/ 지기로 함께해주신 펭펭, 까밀로, 민이언님:) 엇지님은 모임 시간 보다 훨씬 일찍 오셔서 모임을 준비하셨어요.다소 자유롭고 부산스러운(?) 모임에 조근조근 차분함을 더해 이야기를 전해 주셨습니다. 💬 엇지는 무슨 뜻인가요?'다음 엇지'는 순 우리말로 만화라는 뜻이에요. ‘다음에 엇지(어찌)될까?’라는 의미기도 해요.제가 만화가 지망생이었는데요, 우리나라의 첫 신문만화 제목인 ‘엇지’를 따서 활동명으로 삼았습니다. 💬 이 책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요?한강이나 하천의 어떤 개발이 상괭이를 멸종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자연성이 회복된 한강의 모습이 드러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한강이 더 부각되었으면 했는데, 상괭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강해서 한강 이야기가 생각만큼 부각되지 않아 아쉬운 점은 있어요. 사실, 수도권에 있는 사람들은 한강없이 살 수 없어요. 강은 물이 흐르는 것인데, 실제로 한강은 호수 상태로 바뀐지 오래지요. 댐으로 물이 가두어진 구간은 자연적인 정화가 불가해서 물을 터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이 적어졌어요. 이에 따라 ‘강을 자유화할 수 없을까’라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웠어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험적인 개발을 했던 국가들에서는 댐을 건설한 후, 그 부작용 때문에 하천 복원 운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일본 같은 경우에는 3대에 걸쳐 복원 운동이 진행 중이기도 해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군사정권 시절의 척박한 환경에서 이전 세대 환경운동가들이 기반을 닦아주신 덕분에 요즘 세대 환경운동가들이 비교적 수월하게 환경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러나 환경 운동가, 하천 복원 운동가들도 이제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어요. 다소 선동적인 이전 세대의 운동 방식 보다, 어릴 때부터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서 환경운동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야 겠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게 되었죠. 기성세대들은 한 번 특정 라면 맛에 길들여 지면,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해요. 라면회사들이 10대를 홍보 대상으로 잡는 것도 새로운 입맛을 공략하려는 것이지요. 그래서 영상, 다큐, 카드뉴스 등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요. 저 조차도 댐이 건설되고 나서 수량이 불어나 있는 한강의 모습만 봐왔어요. 댐이 해체되고 수량이 확 줄어든 한강의 모습을 보면 이질감을 느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적어도 자연스러운 한강을 본 적도 없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한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 <하얀물보라>에 나오는 이야기는 실제인가요?<하얀물보라>에는 의인화된 동물들과 할아버지-아빠-아들이 등장해요. 할아버지 캐릭터는 실존 인물이에요. 노인 세대의 증언을 채록하는 작업을 했는데요. 밤섬이 지금은 무인도이지만, 유인도일때 실제 거주하던 노인이 할아버지 캐릭터의 모티브가 되었어요. 상괭이 두 마리 이야기는 실제로 한강에서 발견되었던 사례를 바탕으로 결말만 조금 각색한 것이에요. 처음에는 컬러링북 형태의 열린 결말로 끝나는 교육자료를 만들고자 했어요. 조카에게 가장 먼저 보여줬더니 두 상괭이가 결혼해서 자손을 번성하는 결말로 끝내더라고요. 실제 이야기는 두 돌고래 모두 선유도와 성산대교 밑에서 죽은채로 발견되요. 이후에도 한강에 건설된 댐 바깥에서 계속 발견되는 사례이지만 방치되는 이야기지요. '하얀 물보라'는 한강 하류의 댐에 부딪혀 일어나는 물보라를 말한답니다. 💬 상괭이가 진짜 한강에도 살았나요?네. 사료에서는 상괭이 이야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사실 할아버지들은 상괭이라는 말을 모르세요. ‘아기 돌고래’라고 불렸거든요. 마치 길고양이 처럼 한강에 자주 출몰했다고 해요. 상괭이는 본래 서남해안 중심으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했다고 하는데요. 성인 허리춤 까지 오는 얕은 물에서는 상괭이가 사람과 서로 물장난을 친 기록이 있어요. 그림책에는 상괭이를 비롯하여 수달, 고라니 등 몇몇 비인간존재들이 등장해요. 자연이 복원된 한강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금의 한강을 불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 밤섬 때문에 실제로 범람이 일어났나요? 아니에요. 밤섬이 범람의 원인이라는 것은 밝혀지지 않았고요. 밤섬 파괴도 다른 목적에 의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밤섬은 여의도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섬으로 영화 ‘김씨 표류기’의 배경이 된 곳이죠. 박정희 정권 때, 한강이 범람한다는 이유로 밤섬의 거주자들을 이주시키고, 섬을 폭파했는데, 한강 조류에 의한 퇴적으로 폭파 전보다 더 큰 섬이 되었다고 해요. 지금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고, 밤섬 주변의 뻘에는 손바닥 보다 큰 조개들도 살아요. 일반인들은 입도할 수 없고, 환경조사원과 환경 운동가들만 분기별로 들어갈 수 있어요. 밤섬에서 쫒겨난 마을의 이장님들은 지금도 때가 되면 섬에 들어가서 제사를 지내셔요.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한 7월 육아모임 💬 댐이 없는 한강은 어떤 모습이었다고 하나요?한강도 순천만처럼 바다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요. 강수욕이라는 말도 있었어요. 서울 사람들은 지방으로 피서를 갈 필요 없이 한강에서 '강수욕'을 하며 더위를 피했다고 해요. 그러나 하구둑이 생기고 댐이 만들어 지면서 본래 한강의 모습이 사라졌지요. 할아버지 세대는 자연스러운 한강의 모습을 본 세대이고, 아버지 세대는 자연스러운 한강을 본 적도 없는데다가, 오히려 ‘한강의 기적’이라는 주입식 교육 받은 세대에요. 댐의 역기능은 배운 적도 없지요. 그래서 할아버지 세대가 꿈꾼 것을 이룰 수 있는 세대는 아버지 세대가 아니라 아들 세대에요. 파타고니아에서 댐에 대한 실상을 폭로하는 다큐멘터리, 댐네이션(Damnation: 한국어설명)을 제작했어요(다큐멘터리 영상).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토목 사업으로 강 곳곳에 거대한 댐들을 건설했지요. 이들을 철거하기 위한 120년 간의 운동을 담은 다큐에요. 영상 중에서 미국 원주민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전해주는 연어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에 감동을 받았어요. 원주민 부족에는 매해 때가 되면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 오는데, 그 소리가 마치 천둥이 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데요. 그래서 댐이 생긴 강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댐에 머리를 부닥치면서도 강을 거슬러 올라오려는 연어떼들이 있었다고 해요. 오랜 시간 후에 댐이 철거되고, 손자 세대들이 연어가 거슬러 올라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강에서도 수심이 다소 깊은 광나루 쪽에는 상괭이 같은 소형 고래가 아니라, 대형 고래를 포경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부모님들이 자연스러운 한강에 대한 이야기, 상괭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매우 의미있는 일이예요. 그 아이들이 또다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며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종의 환경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얀물보라>책에 저자 사인도 받았어요! 💬 한강의 댐 들도 일부 해체하고 일부 존치하는 것이 중요한가요?개인적으로 이렇다할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최소한 신곡수중보는 댐으로서의 기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서울을 가로지르는 부분만 한강이 아니에요. 북한강, 남한강이 모두 한강이고요. 동쪽으로는 강원도 태백산맥 발원지에서부터 물줄기가 흘러옵니다. 팔당에서 동서와 남북의 물줄기가 모여서 서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한강이에요.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에는 팔당댐, 잠실대교(잠실보), 김포(신곡수중보)가 있고, 그 이후로 바다까지는 댐이 없어요. 댐을 해체하자는 사람들 중에서도, 모든 댐을 철거해야 한다, 혹은 잠실보와 신곡수중보만 철거해야 한다, 혹은 신곡수중보만 철거해도 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어요. 댐들을 하나 둘 점진적으로 철거하면서 이후에 다시 판단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아요. 또, 댐이 홍수를 조절하기 보다, 수질악화 등 오염을 일으키는 댐이 많아요. 폭우가 내리게 되면, 상류에만 물이 기하급수적으로 차오릅니다. 이 때는 무조건 방류해야 하는데, 상류에서 방류하면 하구는 순식간에 물에 잠기게 되지요. 파주 같은 경우, 폭우가 내리면 임진강 쪽과 한강 하류에서 동시에 방류가 이루어지고, 밀물 때가 겹치면 강이 범람해 수해를 입게 되죠. 그래서 댐이 기능을 제대로 하는지 조사를 하고 해체를 해야 합니다. 수자원 공사가 해체된 이후, 댐 해체에 대한 한층 건설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이에요. 다 같이 그려본 상괭이:) 이 날 온라인으로 함께해 주신 "주리 & 효성+ 진수"님은 모임 후 저녁을 먹으면서 환경스페셜 '웃어라 상괭이' 편을 보았데요. '안강망'이라는 어망에 매년 800여 마리의 상괭이가 죽는다는 슬픈 현실이 담긴 영상이었답니다. 8살 진수는 상괭이에게 "시력 좀 좋아져!"라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응원을 던졌다고 해요. 실제로 상괭이는 인간과 같은 어종을 먹고 산다고 해요. 그래서 연안에 상괭이 및 돌고래 종이 없어야 어획량이 충분히 확보된다고 합니다. 어업이 해양오염에 미치는 실태를 폭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Seaspiracy)>에는 어획량 확보(참치)를 위해 돌고래를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광경이 담겨있어요.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이라와디돌고래가 물고기를 몰고, 어부들이 힘을 합쳐 물고기를 낚는 협업으로 어획량이 오히려 늘었다고 해요. 돌고래 덕에 물고기를 잡은 어부들은 이라와디돌고래에게 풍족하게 물고기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고 하니 성공적인 공생관계이지요. 상괭이, 그리고 비인간존재가 우리 곁에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삶도 가능하다는 상상력이 일깨워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육아하는 피스빌더들의 실험기는 8월에도 계속됩니다.'채식하는 호랑이 바라'의 저자 김국희님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식습관 들여다보기'에 초대합니다.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