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6년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을 마치고 by 멜로디

강의를 시작한 지도 10년이 흘렀습니다. 학교, 다양한 기관, 군부대 등 여러 현장에서 성폭력예방교육, 민주시민교육 등을 진행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연령, 직업, 성별, 경험이 다른 사람들과 마주하다 보니 어느덧 ‘잘 설명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어떻게 함께 이야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고민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임파워링 퍼실리테이션’ 과정은 저에게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동안의 강의를 돌아보는 시간이자 ‘어떻게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할 것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것은 ‘환대’였습니다. 교육은 강의가 시작되는 순간이 아니라 사람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름을 불러주고, 안부를 묻고, 서로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작은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을 통해 직접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참여형 강의를 많이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교육을 통해 제가 던지는 질문들이 수강자들의 생각을 충분히 확장시키고 있었는지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가장 즐거웠던 경험은 진행자 ‘대훈’과의 역할극 실습에서 열 살 어린이를 연기하게 된 점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강사가 되기 전 ‘배우’라는 오래된 꿈이 있었습니다. 잠시 묻어두었던 전공을 살려 아이의 말투와 표정, 몸짓을 표현하며 실습에 참여했는데, 참가자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큰 즐거움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지금은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연기’ 역시 사람들의 배움을 돕는 소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고, 마음의 꿈과 지금의 일이 따뜻하게 연결되는 순간이라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재미있던 경험은 실습 시간에 저도 모르게 ‘2열 종대’라는 군대 용어가 갑자기 툭 튀어나왔던 순간입니다. 스스로 매우 당황스럽고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대훈’은 그 상황을 민망하게 만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주며,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웃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덕분에 실수마저 편안한 배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안전한 분위기’가 사람을 얼마나 편안하게 만드는지 직접 경험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것은 ‘바꿔 말하기’와 PIN 분석이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거친 표현을 마주할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저항을 바로잡으려 하기보다 그 말 뒤에 있는 마음과 욕구를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깊이 와닿았습니다. 앞으로는 고치는 강사보다 이해하는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과정은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시는 교사, 활동가들을 만나 서로의 고민과 경험을 나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현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관점을 배우기도 했고, 비슷한 고민에 공감하며 많은 용기와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혼자였다면 떠올리지 못했을 생각과 아이디어를 쉬는 시간 대화에서 얻기도 했고, 그저 따뜻하게 바라봐주시는 시선들 속에서도 연대감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교육을 위해 ‘가지’가 정성스럽게 준비해 주신 간식과 식사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다과와 따뜻한 식사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교육 내용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마음까지 세심하게 담아내는 피스모모의 철학이 곳곳에서 느껴져 더욱 감사하고 소중했습니다.

저는 이번 배움을 통해 앞으로도 강의 현장에서 ‘무엇을 가르칠까’보다 ‘어떻게 함께 배우고 연결될까’를 먼저 고민하는 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되새겨봅니다. 수강자들이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다”보다 “내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따뜻한 시간이었다”라고 기억하는 교육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